
억새이야기 / 淸草배창호
간밤 초록의 생애에 하얗게 내린
찬 서리에 온 산천이 얼어붙었다
유장할 줄만 알았던 시절 인연이
서릿바람에 내맡긴 하얀 면사포,
가녀린 흐느낌이 슬프도록 그윽하다
마음속에 쟁여둔 찬연한 만추晩秋도
입동立冬 머리 앞에 내려놓는
무량한 풍경을 펼친 처연한 사랑!
텅 빈 충만이 상념에 묻힌다 해도
강물은 뒤도 돌아보지 않는데
겨울비 소리에 억새를 닮은 성성한 백발이
촉촉이 적셔진 그리움 바람에 띄우듯
이내 사위어 가는 생명의 불꽃이여!
차마 지울 수 없는 얼굴이 있음을 알았어도
이별은 만남을 위한 것이라 한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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