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시인님 글방

무서리 핀 구절초 / 淸草배창호

덕 산 2025. 11. 4. 18:18

 

 

 

 

무서리 핀 구절초 / 淸草배창호

가을볕 살풀이 하듯 혼신을 쏟아
참억새, 서걱대는 도리질에
돌 개천 산 냇물은 갈 길이 멀어도
늘 그 자리에 생각만 해도
한 보시기 그렁한 엄니 같은 꽃,

바람이 부는 대로 나부끼는       
마음마저 더욱 여린 날, 
사랑의 여운은 쓸쓸할 뿐이다 독백하듯      
그리움만 바쁜 걸음이라서
달문 세긴 찬 서리에 이별을 예감한
애써 빈 마음 품어나 볼 걸

누릇누릇 앓고 있는 산등성에 연무가 피듯
하얗게 내려앉은 구절초꽃 머리마다
머무름이 짧아도 애써 밝히는 호롱불처럼 
단아한 시절 인연을 보란 듯 놓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