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서리 핀 구절초 / 淸草배창호
가을볕 살풀이 하듯 혼신을 쏟아
참억새, 서걱대는 도리질에
돌 개천 산 냇물은 갈 길이 멀어도
늘 그 자리에 생각만 해도
한 보시기 그렁한 엄니 같은 꽃,
바람이 부는 대로 나부끼는
마음마저 더욱 여린 날,
사랑의 여운은 쓸쓸할 뿐이다 독백하듯
그리움만 바쁜 걸음이라서
달문 세긴 찬 서리에 이별을 예감한
애써 빈 마음 품어나 볼 걸
누릇누릇 앓고 있는 산등성에 연무가 피듯
하얗게 내려앉은 구절초꽃 머리마다
머무름이 짧아도 애써 밝히는 호롱불처럼
단아한 시절 인연을 보란 듯 놓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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