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몹시도 추운 날 / 조서연

덕 산 2025. 2. 13. 06:56

 

 

 

 

몹시도 추운 날 / 조서연 


​그대 보낸 날
날은 추운데 그 자리에
한참을 비석처럼 서 있었다

​지나가는 바람이 옷깃을
세워주며 그만 가야지
등을 떠밀어 한데
서 있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또다시 혼자 차갑게 언
현관문을 여는 게 그런 날은
귀찮고 몹시도 짜증스러웠다

사는 것은 늘
떠나보내는 것이기에
냉정하게 독해져야만 하는 것인데
가끔은 너무 추워 죽을 것만 같다

​그런 날은 하릴없이
긴 속눈썹을 한 올씩 뜯어
촛불에 태운다
그럼 눈물이 촛농처럼 흘러
붉은 강물에 닿는다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할때 / 김재진  (0) 2025.02.15
참나무 / 이정록  (0) 2025.02.14
대보름 날 / 김문억  (0) 2025.02.12
정월 대보름 / 손병흥  (0) 2025.02.11
한파 / 이동원  (0) 2025.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