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 / 이정록
네 이름이 참나무인 것은
미루나무처럼 곧거나
목련처럼 소담스럽기 때문이 아니다
툭툭 터진 껍질 가득
앞발 날카로운 집게벌레와
독침 벌름거리는 왕퉁이를 다스리기 때문도 아니다
수많은 나무 중 네가 참씨인 것은
단단한 성깔 아꼈다가
사람과 세상을 이어주는
손잡이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괭이나 도끼자루 맷돌 손잡이
해마다 터지는 새암배미 참말뚝까지
땀 흘려 일하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댕강댕강 잘려 버섯까지 키우는 그대,
아직도 옆구리 퍼렇게 매질 사납지만
조그만 이마를 향해
온몸으로 사랑해줄 상수리 단단하다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의 인연(因緣)이란 (0) | 2025.02.16 |
---|---|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할때 / 김재진 (0) | 2025.02.15 |
몹시도 추운 날 / 조서연 (0) | 2025.02.13 |
대보름 날 / 김문억 (0) | 2025.02.12 |
정월 대보름 / 손병흥 (0) | 2025.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