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 원재길
넉가래를 들고 나갔다
눈발 속 분주해라
마당을 치웠다
추억의 머리를 길게 밀며
쓰레기 먼지 더미도 덤으로
눈에 지워졌다가 되살아났다
가까스로
있는 듯 없는 듯 살아야지
아주 없는 듯은 말고
한때 알았다 지워진 사람들
무명(無名)의 찬란함
누군가 반짝반짝 지나간다
잘 보이지 않지만
짐승은 아니다
이런 날은 종내
사람이 그립고
처마 위 털면 벌써 그 사람
어디론가 가 버리고
세상이 다 사라진 기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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