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에 / 백무산
그믐날까지 연 사흘 눈 내리더니
설날 아침엔 개었다가 흐리다
지붕마다 눈 녹아 처마에 고드름 달고
빈 무밭에 까막까치
깜장 발자국 찍어댄다
새벽 어둑서니에 마당 쓰는 소리 잠을 깨우고
집집이 못 보던 신발들 섬돌이 좁다
어느 찢어질 가난인들 섬길 이 없을까
아랫사람 만나서도 옷깃 여민다
아재 아인교, 고샅길에서
이기 누고 당산 앞에서
욕봤데이, 그래 객지서 욕봤데이
뒷산도 눈을 털고 그래그래
앞강도 뽀얀 얼굴로 오냐오냐
예전엔 내가 저 풍경 속에 있더니
언제부턴가 풍경을 벗어났네
아무래도 나는 다시 저 풍경으로 가려네
내가 담긴 풍경을 내가 보고 살 궁리 하나
설날 아침에 작정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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