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밭에 간다면 / 신달자
갈대밭에 간다면
입은 없어도 온몸으로 우는
벗은 갈대밭에 간다면
그것도 마음에 차지 않아서
철썩철썩 제몸 치며 우는 바닷가
허옇게 뼛가루로 나부끼는
파도 앞에 선다면
아 그들과도 영영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무슨 연유로 웃고 있는 나무장승 하나
다짜고짜 마주하며
가슴이나 두들겨 본다면
모서리 닳은 두 어깨를 흔들어 본다면
그렇지. 그것들도 나와 상관없는
먹통들이라면
어느 한적한 마을 입구에
높이 서 있는 솟대 위에
이 세상 가장 초월자로 유유히 앉은
한 마리 오리로
나도 자리잡고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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