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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밭에 간다면 / 신달자

덕 산 2025. 1. 16. 14:20

 

 

 

 

 

갈대밭에 간다면 / 신달자 

 

갈대밭에 간다면

입은 없어도 온몸으로 우는

벗은 갈대밭에 간다면

그것도 마음에 차지 않아서

철썩철썩 제몸 치며 우는 바닷가

허옇게 뼛가루로 나부끼는

파도 앞에 선다면

아 그들과도 영영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무슨 연유로 웃고 있는 나무장승 하나

다짜고짜 마주하며

가슴이나 두들겨 본다면

모서리 닳은 두 어깨를 흔들어 본다면

그렇지. 그것들도 나와 상관없는

먹통들이라면

어느 한적한 마을 입구에

높이 서 있는 솟대 위에

이 세상 가장 초월자로 유유히 앉은

한 마리 오리로

나도 자리잡고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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