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그 길 위에서 / 김재미
시린 1 월의 길 위에서 바람을 맞는다는 건 무모함에도
움츠러드는 몸 부러 날개를 펴고 싶은 건
상처한 몸도 아니요 , 외로울 일 없었던 일상
고독을 읽어내려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되는 그 어떤 것 때문이다 .
멀리 대부도의 수평선이 아득한 그리움에 출렁거리고
잠시 멈춘 발걸음 , 발에 걸린 돌멩이 하나 툭 툭 차 버리자니
채인 설움 어디에도 안착하지 못 할까 그대로 두었다 .
정신없이 불어대는 바람에 몸을 맡기자니
길섶부터 둥지를 틀어버린 억새풀의 사락거리는 소리
마치 마음의 부대낌의 발로 같아 귀를 틀어 막아도
선명히 박히는 그 몸부림에 맺힌 비명이
어느 날인가 혼자임에 치를 떨며
술김에 통곡해대던 어린 여자 아이였던 듯
사랑도 그리움도 외로움도 몰랐던 스무 살의 그 때 ,
꽃망울의 둥근 몸체로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근질근질 아릿아릿 , 꽉 막힌 듯 체기가 떠나지 않았던 건
터트려야 활짝 피어나는 나이임을 뒤늦게 알아버린 탓 .
산등성이로부터인가 , 저 멀리 보이는 바다로부터인가
웅 , 웅 , 웅 , 누군가 차가운 공기를 휘저으며 울고 있다 .
아름답게 덧그린 그림이 삭막하기만 한 1 월의 샛길에서
분명 홀로 서 있는 건 나인데 , 누군가 서늘하게 울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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