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글

마음 돌리는 수행 / 법상스님

덕 산 2024. 6. 29. 08:45

 

 

 

 

 

마음 돌리는 수행

 

우리의 삶에서
마음 씀씀이를 배우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공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음을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같은 조건 속에서도
같은 환경 속에서도
어떤이는 지옥이 될 수 있지만
어떤이는 천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사람이
참으로 당당한 수행자입니다.
내 마음인데 내가 자유롭게 써야지
다른 경계에 이끌린다면 그건
내 마음 떳떳한 주인공이 아닌
노예의 나약한 마음일 것입니다.

이 마음을 자유롭게 쓰는 방법,
'마음 돌리기'의 가르침을
깨우치게 된 작은 인연이 있었기에
적어 볼까 합니다.

한번은 논산 군법당 법회에 참석키 위해
은사스님을 모시고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법회 시간은 다가오는데
갑자기 차가 밀리기 시작하는데
마음이 얼마나 조마조마하던지
조금만 더 밀리면 법회에 늦을 것 같았습니다.
약 5000명의 장병들이
은사스님의 설법을 듣기 위해
모여있을 것을 생각하니 더욱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런 내 마음과는 다르게
큰스님은 시종 편안하셨습니다.
그러더니 '허허'하고 웃으시면서
"법계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우렁차게 설법하라고 밥때를 챙겨주시는구나"
하시며 밥을 달라고 하셨습니다.

항상 만행중에는 도시락을 싸서
다녔지만 시간이 모자라 못 먹고 굶을 때가
다반사였답니다.

그러시고는
"법상아!
수행자는 법계를 써먹을 줄 알아야 되는게야..
일체 법계가 나를 도와주는 도리를 알아야 하는게지.

마음을 어떻게 돌리느냐에 따라
그 어떤 경계도 나를 도와주는 부처님의
나툼이 될 수 있는게지...
마음을 돌리고 나면
모든 것이 내편이야..."

큰스님의 벽력같은 말씀에
조금씩 조바심나는 마음을 돌리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 졌습니다.

그리고 빨리 가야한다는 착을 놓아버리고
밀리는 도로사정에 대해서도
공양하라는 것으로 마음을 돌리고 나니
이내 고요해졌습니다.

옆에 계시던 보살님께서,
10여년 스님을 모시고 다녔지만 한 번도 차가 막혀
법회에 늦은 적이 없었으니
걱정 안해도 될 거라며
안심을 시켜 주기도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공양을 끝내었는데...
거짓말처럼
차가 뻥 뚤리는 것이었답니다.

은사스님께서는
하하 웃으시며 노래를 부르셨습니다.
우리 제자들 공부시키라는 법신 부처님 나툼이라며..
그렇게 소탈한 웃음을 지으셨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돌려
'착'되는 마음을 놓아버리면
비로자나 법신 부처님께서 법계에 나투어
그 고요하게 놓여진 마음이 시키는대로
그저 그렇게
여여하게 되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 마음은 너무도
맑고 향기롭기 때문입니다.

어떤 경계에서도
마음을 돌리고 나면
모두가 부처님의 나툼이라는
소중한 가르침을 알았습니다.

그리고는 눈물이 나도록 은사스님이 높아보였습니다.
스님을 향한 감사의 예를 마음속으로
가만히 드려 보았습니다.

그 어떤 외부 경계도
경계가 괴로운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바로 '내 마음'이 괴로운 것입니다.

그렇기에
바꾸어야 할 것은 그 외부의 '경계'가 아니라
바로 '내 마음'인 것입니다.
내 마음 돌리면 모두가 천상입니다.
내 마음 돌리면 모두가 행복입니다.

 

-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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