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대 / 淸草배창호
진눈깨비 얽히고설킨 엄동嚴冬의 밤을
희붐한 창가에 걸린 달마저
동짓달의 긴긴밤을 마구 헤집다
깨고 나면 허탈한 게 꿈이라지만
거죽만 남긴 적멸寂滅의 새벽녘,
산거山居에는 골바람이 옹골차게 일고 있는데
애증愛憎으로 가물가물한 불씨마저
울림 없는 통속이 회한으로 남아
한 때, 뜨겁게 달구었던 욕망의 분신마저
영하로 꽁꽁 얼어붙게 하였다
야속하게도 설은 건 기억에서 멀어져간
휑하도록 허전한 속 뜰까지
애써 다독이지 못해 헤아릴 수 없는
상념의 똬리를 튼 문풍지는
밤새 그렇게 울었는지 모르겠다
동이 트면 이내 사라질지라도
눈부시게 피어있는 서리꽃처럼
겨울을 사랑한다는 건,
속엣말을 터놓을 수 있는
시리도록 바라볼 수 있는 네, 상고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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