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의 등燈 /淸草배창호
마지막 남은 한 잎의 가랑잎처럼
석별의 정마저 낡은 담벼락을 잇댄
푸석푸석 어둠이 내리는 골목길이
홀로 견뎌야 했을 수많은 밤을,
사랑의 열매는 피우지도 못하고
풀과 티끌 같은 혼란에 빠진 마당을
두 눈멀 거니 뜨고 지켜보면서
초췌하고 핍박한 뼈저린 삶에서
머리와 가슴은 이미 분별을 상실한 체
딛고 설 땅은 차고 맵기만 한데
날 선 욕망에 갇혀버린 암울함이여,
함께할 수평의 자리가 갈 곳을 잃었으니
이분법의 포물선만 난무하는 세상에
무기력과 무관심은 길든 일상이라지만
칼바람의 겨울나기를 차마 어떻게 감당하리
썰물로 변해버린 조류에 안팎이 따로 없는
자고 일어나면 세상은 할 말을 잃게 하는
기약 없는 쳇바퀴의 소용돌이,
놓는다는 건, 허울 좋은 개살구이지만
석별의 정에 소망의 등 하나 밝히고 싶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람의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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