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고 / 박종영
눈이 내리고,
세월의 더께만큼 가벼운 티끌을 날려보내고
언 땅은 투명한 눈물로 닦아내고,
따스한 입김은 바람이 되어
겸손하게 속삭이고,
하찮은 이별에도 가슴을 열어
흘러간 시간을 안아주고,
슬픈 회색의 하늘을 나눠 가지며
하현달처럼 얇게,
아주 가볍게 흔들리는
저토록 견고한 백색 미립의 숨결,
푸른 바람으로 달려와
무서운 국경의 밤을 지우고,
수많은 경계를 덮으며
사락사락 눈이 내리고 또, 눈이 내리고.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보게 친구들 이 한해도 저무네 / 박태훈 (2) | 2023.12.26 |
---|---|
눈 / 김대식 (0) | 2023.12.25 |
그해 겨울나무 / 박노해 (1) | 2023.12.22 |
12월 끝자락을 잡고서 / 류영동 (0) | 2023.12.21 |
눈이 옵니다 / 김내식 (0) | 2023.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