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박새와 동백冬柏 / 淸草배창호
긴긴 동지섣달의 한밤을 설치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만큼이나
홀로 견뎌야 했을
고적한 밤을 밀어내듯이
아스라이 펼쳐진 젖빛 해무에 엉킨
달마저 희붐한 창가에 걸렸다
진눈깨비 휘 내리는 잔상의 끝 달에
동백꽃 만발한 향기로운 서정의 동화,
남쪽 섬에 흔한 텃새이지만
붉도록 꽃술에서 미혹에 들게 하는
내칠 수 없는 정염의 달콤함조차
본디를 아우르는 베풂의 미학인 것을
시린 바닷바람도 늘 익숙한 일이라서
송이채 툭툭, 하늘을 향해
맑고 빼어난 토혈을 쏟고 있는
놓고 가는 결 고운 빛살만큼이나
가히 곁 지기로 꽃받이 할 수 있는
흰 테의 눈이, 군무群舞에 해지는 줄 모른다
"동박새"
동백꽃은 향기가 없는 대신
강한 꽃의 색으로 불러들여 꽃가루받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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