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推敲) / 淸草배창호
간밤에 내린 찬 서리에
온 산천이 허옇게 얼어붙었다
서릿바람에 휘날리는
생애를 내맡긴 입동立冬의 하얀 면사포,
가녀린 흐느낌이 슬프도록 그윽하다
유장할 줄만 알았던 시절 인연에
한 순의 빛살처럼 펼친 지순한 사랑!
별리가 있는 이 가을에 내려놓는
텅 빈 충만이 상념에 묻힌다 해도
강물은 뒤도 돌아보지 않는데
겨울비 소리에 귀를 모으고 있으면
촉촉이 적셔진 그리움 바람에 띄우듯
이내 사위어 가는 생명의 질서에
차마 지난날 붙잡을 수 없었기에
이별은 만남을 위한 것이라 한다지만
반응형
'배창호시인님 글방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억새의 독백 / 淸草배창호 (1) | 2023.11.25 |
---|---|
입동立冬의 겨울나기 / 淸草배창호 (1) | 2023.11.23 |
반석盤石 / 淸草배창호 (0) | 2023.11.13 |
가을 앓이 / 淸草배창호 (1) | 2023.11.10 |
산국山菊에 취한 가을아! / 淸草배창호 (0) | 2023.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