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시인님 글방

억새(推敲) / 淸草배창호

덕 산 2023. 11. 17. 09:32

 

 

 

 

 

억새(推敲) / 淸草배창호


간밤에 내린 찬 서리에
온 산천이 허옇게 얼어붙었다
서릿바람에 휘날리는 
생애를 내맡긴 입동立冬의 하얀 면사포,
가녀린 흐느낌이 슬프도록 그윽하다

유장할 줄만 알았던 시절 인연에       
한 순의 빛살처럼 펼친 지순한 사랑!
별리가 있는 이 가을에 내려놓는
텅 빈 충만이 상념에 묻힌다 해도
강물은 뒤도 돌아보지 않는데

겨울비 소리에 귀를 모으고 있으면  
촉촉이 적셔진 그리움 바람에 띄우듯
이내 사위어 가는 생명의 질서에
차마 지난날 붙잡을 수 없었기에
이별은 만남을 위한 것이라 한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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