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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의 독백 / 淸草배창호

덕 산 2023. 11. 25. 09:15

 

 

 

 

 

억새의 독백 / 淸草배창호


홀씨 하나이고 삭힌 땅거미 내리듯
잎새 달이 엊그제 같았건만, 
텅 빈 속 뜰에 마른 바람이 불고
눈비가 내리면 어이 하리야! 
아름다운 것일수록 머무름이 짧다지만 
속울음 터뜨릴 그루터기만 남았는데 

바람에 전하는 속엣말이지만,
목적 없는 장단에도 의연하게
잉걸불의 열정인 줄만 알았는데
훌훌 벗어버린 섶 대궁에
잰걸음의 거칠은 들녘에는
하얀 포말이 쉴 새 없이 일렁인다

어찌 이름조차 억새라고 불렀을까
눈길조차 주지 않았어도
억척을 그대로 빼닮은 걸작이거늘,
다가올 삼동三冬의 겨우살이도
서걱이는 혼신을 다한 살풀이로
세상사 놓고 간 깊은 상념에 들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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