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앓이 / 淸草배창호
낙엽이,
돌 개천 기슭을 타고 서정敍情을 펼치는
산자락에 밤새 무서리 하얗게 덮여
눈부시게 빛나든 그날이 엊그제 같았는데
가고 옴의 결 따라 처연히 저문 가을아!
차마 내칠 수 없는 내밀內密한 그리움이
울림 없는 메아리가 되었어도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소절素節의 하늘을 그대로 빼닮은 듯이
메밀밭 소금꽃으로 등燈을 밝히려 합니다
이슥해 가는 눈길 닿는 곳마다
소슬한 솔바람이 스칠 때
산은 불타는 노을로 화답하고 있건만
강둑에 나앉아 공허한 가슴을 쓸어내리는
신열로 사윈 대궁으로 남은 억새의 독백이,
변하지 않는 영원한 것은 없다고 읊조리듯
가을 앓이조차도 손에 닿을 수 없는
저버릴 수 없는 곡절의 까닭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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