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부치는 연서戀書 / 淸草배창호
자유로운 저 바람의 행보를
누가 덧없다 하였는가,
노랗게 물들어 만추에 비틀거린
붉게 타오른 한 소절素節의 머무름도
갈 때는 아낌없이 소진하고 가는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입니다
네, 침묵 속에 은혜롭지 못한 마음을
깊은 단풍 물에 홀리도록
쳐다만 봐도 설레는 이 동공의 기쁨은
햇살 안긴 봄바람에서
눈꽃 매단 삭풍의 가지 끝까지
온통 헤집고 다니는 임이기 때문입니다
한때, 영원할 것만 같았던
초록의 잎사귀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어느 하나 귀하지 아니한 것 있겠냐 마는
저만치에서 진달래 핀 날도 있었건만
회한이 남지 않는 한 닢의 낙엽마저
혼신을 다한 시절 인연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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