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랑새(推敲) / 淸草배창호
마당귀 전깃줄에 뿔뿔이 맺힌
이슬을 짓밟으며 빗금을 그으며 앉은
파릇한 깃이 눈부시도록 반짝이었습니다
연이 닿아 꿈같은 선율로 흐르다
연이 다한 어느 날 홀연히 떠났습니다
날이 저물고, 돋을 별 서고
어엿은 네 몸알이 가만가만 붙잡지 못하는
설은 이 마음 알기나 하는지요
처음 왔던 그 길을 향해
흘러가는 구름처럼 속절없이 떠나보내는
내 안에 파랑새가 떠난 뒤에야
파도 소리만큼이나 깊은 그리움이라는 걸,
그리움은 참 가슴 아픈 일인데도
파랑새의 꿈은 가고 옴이 없는
영원한 것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끝없이 복사되는 오늘을 살아가면서
지금도 철이 없어 아파하면서도
제목 없이 저장된 산문처럼
앞으로도 철들지 못하는
봄꿈春夢 같은 은유隱喩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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