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초가을 빛 / 이영균

덕 산 2023. 9. 2. 20:37

 

 

 

 

 

초가을 빛  / 이영균 

 

아침저녁 선득함이 갓 스무 살 때 나 같다

몸매가 변하고 느낌이 어색한

푸른 잎의 끝 알 수 없는 빛깔로 변하는

잠에서 갓 깨어난 듯

게슴츠레 눈곱 낀 나이

열매 끝에 매달린

말라 베틀어진 슬픈 꽃잎

바람만 스쳐도 괜스레 눈물이 나던

홑이불 속으로 새벽이 파고들고

이웃집 그 애 목소리만 들려와도

온 몸으로 전율이 흐르고 빨간 가슴 야릇해지던

갓 스무 살 때 내 나이 같이

아직은 어정정하여 풋풋한 초가을 빛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가을의 기도 / 민경대  (0) 2023.09.04
가을엔 이렇게 살게 하소서 / 이해인  (0) 2023.09.03
9월이 오면 / 杜宇 원영애  (0) 2023.09.01
9월 / 주선옥  (0) 2023.08.31
초가을 / 박인걸  (0) 2023.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