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여름 숲처럼 / 문정희
나무와 나무 사이엔
푸른 하늘이 흐르고 있듯이
그대와 나 사이엔
무엇이 흐르고 있을까.
신전의 두 기둥처럼 마주보고 서서
영원히 하나가 될 수 없다면
쓸쓸히 회랑을 만들 수밖에 없다면
오늘 저 초여름 숲처럼
그대를 향해 나는
푸른 숨결을 내뿜을 수밖에 없다.
너무 가까이 다가서서
서로를 쑤실 가시도 없이
너무 멀어 그 사이로
차가운 바람 길을 만드는 일도 없이
나무와 나무 사이를 흐르는 푸른 하늘처럼
그대와 나 사이
저 초여름 숲처럼
푸른 강 하나 흐르게 하고
기대려 하지 말고, 추워하지 말고,
서로를 그윽히 바라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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