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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나들이 / 淸草배창호

덕 산 2023. 2. 17. 12:22

 

 

 

 

 

첫 나들이 / 淸草배창호

바람에도 그리움이 있었는지
깊은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오직 자연自然 많이 할 수 있는 태동을
한 꺼풀씩 깨어난 봄의 입김이
드센 바람도 기지개로 전신을 핥아
빙하의 결로마저 봄눈 녹인 듯합니다

가고, 옴을 예감하는 시린 겨울은
언제나 그래왔듯이 늘 있었든, 일인데도
첫발의 운을 띄기가 그토록
곁을 주는 만큼 어려웠는지도 모를
시절 인연에 밀려가야 할 서리꽃은
밤새, 우수에 젖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뽀드득, 지르밟는 운율의 소리에도
까치발 띄는 옹색한 한 줌 햇살이지만
보란 듯 새 움이 트고
속 뜰을 열어 보이고 싶은 연둣빛 풀물이
산기슭 낙엽교목을 헤치고 돋은 노루귀꽃 
날로 관조에 든 찬찬한 이 봄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