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시인님 글방

해야! 해야! / 淸草배창호

덕 산 2023. 2. 1. 16:18

 

 

 

 

 

해야! 해야! / 淸草배창호

 

 

안개꽃 시야가 희붐할 무렵이면

바람벽조차 찬 서리 농단으로

날 선 고드름 서막에 뛰어든 동녘은

물비늘도 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네 생애 거역할 수 없는 지평의 요람이다

 

뼛속까지 오그라들게 몰아치는

먹물을 뒤집어쓴 겨울의 시류時流도

소망이 닿는 날, 이내 사그라지고 말

놓고 가는 성에의 무늬 없는

빗금 같은 미완의 흔적일 뿐인데,

 

갈림길에 서성이는 빛살들이

해묵은 때를 벗어 버리지 못하고

잎이 돋고 지기를 반복하는 과녁을 향해

술에 절어 목이 탄 햇살을 쏟아내듯

늙어 가는 내 안에 욕심 하나 어찌하리,

 

지문처럼 닳은 세월도 상생의 빛으로

헛 몸의 슬픈 사랑을 옭아매어 볼까 해도

오랜 애증의 갈등은 쉬이 타개할 수 없는

연리지의 비애인지도 모르겠다

부풀어 오르는 환한 꽃망울을 차마 어찌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