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까마귀가 울더니...

덕 산 2023. 1. 23. 11:27

 

 

 

 

 

까마귀가 울더니...

 

매일 옥상에서 대화 나누는 옆집 어르신이 있다.

약 3주전 119구급차가 옆집 대문 앞에 있어서

옆집에 거주하는 사람 중에 구급차를 부른 것 같아

궁금해서 약 20여분 기다리자 구급대원들이

어르신을 들것으로 모시고 나와 구급차에 오른다.

 

최근 건강이 좋지 않다고 옥상에서 대화했는데

나보다 열세살 연상이시지만 염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씀하셨었다.

다음 날...

마당에서 아드님을 만나 “어르신 건강은 어떠냐”고 물으니

“병원에서 2주 입원 후 결과를 보자”고 했다고 말한다.

 

입원 후 병원에 계시는 동안 요즘도 코로나 환자가 있어서

면회는 허용되지 않고 전화로 어르신 근황만 확인한다고 했다.

 

며 칠 전 아드님에게 “어르신 퇴원했냐”고 묻자

“퇴원해서 집에 계시다고 말한다”

그런데 아드님 얼굴 표정이 어두워 어르신 상태를 직감할 수 있었다.

 

삼일전쯤 외출하려고 출입문을 나서는데 요란스럽게 새가 울어댄다.

까마귀가 옆집 옥상 담에 앉아 구슬프게 울고 있다.

예전 어르신들은 까마귀가 울면 사람이 죽는다고

말씀하시던 기억이 떠올라 어르신이 혹시

돌아가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날...

옥상 다육이 비닐하우스 문을 열어주려고 계단을 오르는데

옆집 옥상에 모르는 분이 두분계셔서 느낌이 이상하다

“어르신 어떠신가요?” 하고 묻자 “새벽에 돌아가셔서

모병원 장례식장으로 모셨다”고 말한다.

 

정도 많으시고 옥상에서 농사지으며 서로 모종도 나누고

농사짓는 요령도 의견 교환하며 지내던 분인데 애석하다.

요즘 100세 시대라 아직 이승을 하직하기엔 이른 연세이신데

마치 친척이 사망한 것처럼 애통하다.

 

오늘 장례식장에 찿아가 조문하고 부인, 아드님과

어르신에 대한 좋은 기억들을 대화하며 위로해드렸다.

인명은 제천이라고 하지만 어르신과 오랜 세월을

친구처럼 형제처럼 지내던 어르신의 죽음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집으로 오는 길...

하늘이 무척 청명하고 봄 날씨같이 포근하다.

어르신의 꾸밈없는 성품 같은 날이다.

좋은 곳으로 가셔서 가족을 지켜주시리라 믿어진다.

 

- 2023. 01. 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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