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굼뱅이와 시소게임

덕 산 2022. 10. 4. 13:49

 

 

 

 

 

굼뱅이와 시소게임

 

옥상농사 시작한지 20여년이 지났다.

그 동안 경험으로 얻은 노하우를 이웃들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작물을 파종하거나 이식할 때 토양살충제 뿌리고

가족이 먹는 식탁에 오르는 채소라

농약은 되도록 옆면에는 살포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이를 몇 개 수확하지 못하고 노균병에 걸리고

고추도 탄저병에 걸려서 일찍 뽑아 버리는 것을 매 년 반복하고 있다.

 

 

 

 

 

 

옥상 농사 중 제일 쉬운 작물이 상추와 대파인데

금년 대파농사는 굼뱅이 때문에 피해가 많다.

토양 살충제를 뿌리고 이식했는데

요 녀석들이 면역이 생겨 맹독성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면

지 세상인 것처럼 애써 가꾼 농작물을 잘라먹고 있다.

 

처음 대파 줄기를 갉아먹기 시작해서 꽃삽으로 흙을 헤집어

땅속에 숨어있는 두 마리를 잡아 안심했더니

누에가 뽕잎 먹듯이 연일 요 녀석들이 대파 잎을 갉아 먹는다.

 

어제 비가 오다 그치다를 하루 종일 반복하는데

굼뱅이 때문에 수차례 옥상을 오르며 살피고

요 녀석이 낮에는 흙속에 숨어 있다가

햇볕이 없는 밤에만 활동하는 야행성으로 알았는데

햇볕이 없으니 대파 줄기에 붙어서 낮에도 갉아 먹고 있었다.

 

 

 

 

 

 

굼뱅이가 야행성이 아니라 강한 자외선을 피해서

밤에만 갉아 먹다가 서늘한 기온에 햇볕이 없으니

대파 줄기에 붙어서 포식하고 있었다.

 

다행히 눈에 띄어 여러 마리 잡고 나니

그 동안 여러 날 나를 괴롭히며 시소게임으로

옥상을 오르내리게 한 놈들이 거의 잡아진 것 같아 마음이 편해진다.

 

금년처럼 폭우와 폭염이 심했던 해가 없었다.

방송에선 지구 온난화 때문에 국지성 소나기가 빈번하고

태풍도 갈수록 자주 접근한다고 한다.

 

다육이는 차광망으로 햇빛을 차단해줘서 그런지

무른 다육이가 한 두 개였으나

바위솔들은 예년에는 폭염과 폭우가 와도

크게 염려 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금년에는 고온이 지속되면

차광망을 씌워주고 폭우가 내리면 비닐을 씌워 비를 차단했는데도

너무 많이 물러서 그 동안 열정으로 관리했는데

무른 바위솔이 많아지자 회의를 느끼게 되었다.

 

 

 

 

 

 

바위솔을 심은 토양은 다육이 분갈이 하면서 버려지는

마사토를 이용했는데 몇 년 지나서 마사가 분해되어

물 빠짐이 나빠져서 무른 원인이 되었나 하는 생각에

주말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여서 금요일 하루 종일

바위솔 심은 화분들을 처음에는 5mm 망에 채가름 하고

2차로 1.5mm 채로 채가름 하고 나자

 

마사가 흙으로 변한 게 거의 삼분의 일이 되었다.

바위솔들을 채 가름 한 마사토에 분갈이 하고

주말에 비가 내려 착근에 문제가 없을지 궁금하다.

폭염의 날씨에는 수분으로 인해 화분 속 온도가 높아져

바위솔이 무르지만 비온 뒤 한 낮 기온이 20도 정도가 된다니

서리 내리기 전 착근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내가 좋아서 다육이와 바위솔, 세덤을 키우지만

기후 변화가 매 년 더 심해지는데

지속해서 관리할 수 있을지 염려된다.

 

요즘에는 예전에 시골 어르신들께서 “농사는 하늘이

도와줘야 한다“고 말씀하시던 모습이 이따금 떠오른다.

 

- 2022. 10. 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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