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시인님 글방

겨울나기 / 淸草배창호

덕 산 2023. 1. 7. 09:05

 

 

 

 

 

겨울나기 / 淸草배창호


곁에서 머무는 북풍만큼 매섭기는 할까마는
산등성을 넘어가는 바람이
내모는 대로 바스락거리는
가랑잎 소리마저 처연히도 고요롭다

신이 난 건 오직 덕장뿐인데
그 새 안달하듯
봄 동을 그리워하다니
도사리 움트려면야
두샛바람의 기척이 있어야 하건만
하물며 엄동嚴冬의 재도 넘지 못한
긴긴 겨울밤이 시리도록 섧다고 하는데도

나목이 삼켜야 할 목쉰 바람만 덩그렇게
고난은,
다가올 설렘이 있기에
주고받는 그만치라는 걸
동지冬至 섣달에도 꽃이 피는
동백冬栢의 내밀한 눈부심이
겨울나기의 속 뜰을 피우고

솔가지에 걸린
하현달 아미에도
밤새 서리꽃이 하얗게 피었다

 

"도사리=
이른 봄에, 밭에서 겨울을 난 묵은 뿌리에서 자라난 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