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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시 / 김현승

덕 산 2022. 9. 23. 17:50

 

 

 

 

 

가을의 시 / 김현승 

 

넓이와 높이보다

내게 깊이를 주소서

나의 눈물에 해당하는...

 

산비탈과

먼 집들에 불을 피우시고

가까운 곳에서 나를 배회하게 하소서

나의 공허를 위하여

오늘은 저 황금빛 열매들마저 그 자리를

떠나게 하소서

 

당신께서 내게 약속하신 시간이 이르렀습니다

지금은 기적汽笛들을 해가 지는 먼 곳으로 따라 보내소서

지금은 비둘기 대신 저 공중으로 산까마귀들을

바람에 날리소서

 

많은 진리들 가운데 위대한 공허를 선택하여

나로 하여금 그 뜻을 알게 하소서

 

이제 많은 사람들이 새 술을 빚어

깊은 지하실에 묻을 시간이 오면

나는 저녁 종소리와 같이 호올로 물러가

내가 사랑하는 마른 풀의 향기를 마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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