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유혹
- 박 인 환 -
가을은 내 마음에
유혹의 길을 가르친다
숙녀들과 바람의 이야기를 하면
가을은 다정한 피리를 불면서
회상의 풍경을 지나가는 것이다
전쟁이 길게 머무른 서울의 노대에서
나는 모딜리아니의 화첩을 뒤적이며
적막한 하나의 생애의 한 시름을
찾아보는 것이다
그러한 순간
가을은 청춘의 그림자처럼 또는
낙엽 모양 나의 발목을 끌고
즐겁고 어두운 사념의 세계로 가는 것이다
즐겁고 어두운 가을의 이야기를 할 때
목메인 소리로 나는 사람의 말을 한다
그것은 폐원에 있던 벤치에 앉아
고갈된 분수를 바라보며
지금은 죽은 소녀의 팔목을 잡던 것과 같이
쓸쓸한 옛날의 일이며
여름은 느리고 인생은 가고
가을은 또 다시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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