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시인님 글방

상사화相思花 / 淸草배창호

덕 산 2022. 9. 13. 14:42

 

 

 

 

 

상사화相思花 / 淸草배창호

 

귀뚜리 울어대는

일은 가을의 이맘때면 접싯불처럼

가물가물 전설을 피우는 그리움이 있습니다

 

곤비한 달빛에 문드러진 가슴 한쪽

슬픈 언약이 꽃술에

아롱아롱 매달린 체

그윽한 유정을 차마 어쩌지 못해

토혈을 쏟아 생의 불꽃을 지피는 상사화!

 

이제나저제나 오직 당신이지만

어긋난 각들이 살 속을 파고들듯이

금 간 담벼락마다 어룽어룽 고인

갈피를 잡지 못해 천지도 분간 못 하는

구름에 가린 낮달 같은 애절한 넋이여!

 

뒷담 벼락에 놓을까,

소로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하매나 기다리다 화석花席이 된 네,

핏빛 눈물샘, 애달프도록 벼린 상흔만

한탄에 겨워 시리도록 소복이도 늘렸더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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