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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담도암, 수술 가능한 몸 상태 만드는 게 중요"

덕 산 2022. 7. 25. 14:47

 

 

 

 

 

"췌장·담도암, 수술 가능한 몸 상태 만드는 게 중요"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05.31 08:3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췌장·담도질환 명의'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오치혁 교수

 

췌장과 담도는 몸 속 깊은 곳에 있어서 병이 생겨도 발견하는 게 쉽지 않다. 증상이 생겨 검사를 받으면 암의 경우 이미 많이 진행돼 손쓸 수 없는 사례가 대다수다. 췌장·담도암이 절망적인 암으로 꼽히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에는 약물치료가 많이 발전했고, 환자를 살리기 위해 소화기내과·외과·혈액종양내과·방사선종양내과 등 여러 과 의료진이 협진하는 시스템이 대중화되면서 치료 성적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 경희대병원에서는 이와 더불어, 최신식 장비 및 시설을 구축해 담석이나 암 같은 여러 췌장·담도질환을 아주 적극적이고 성공적으로 치료하고 있다. 이 중심엔 소화기내과 오치혁 교수가 있다. 오치혁 교수를 만나 췌장·담도질환 치료에 대해 얘기 나눠봤다.

 

- 최근 경희대병원의 ERCP실 개소 소식을 들었다. ERCP가 무엇인가?

ERCP란 췌장·담도질환 진단 및 치료 기법으로, 내시경과 엑스레이 같은 장비를 이용해 췌관과 담관 등 ‘관(管)’에 생기는 질환의 검사와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시술이다. 십이지장까지는 내시경을 삽입해 관찰하고, 담관 입구에서부터는 조영제를 넣어 엑스레이로 환부를 확인하며 치료할 수 있다. 최근 우리 병원에서는 최신 디지털 장비를 도입하고, 공간을 확장해 환자 중심의 시스템으로 개선하는 등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ERCP실을 만들었다.

 

- ERCP는 어떤 질환에 적용하나?

췌관과 담관 등 ‘관’에 생기는 문제를 해결한다. 담석이 담도를 막고 있거나 췌장암 때문에 췌관이 막히는 등의 문제를 내시경과 엑스레이로 확인하면서 직접 치료할 수 있다. 원래는 검사 기법인데, 췌장염이나 출혈 등 합병증 위험이 있어서 단순히 검사 목적만으로는 시행하지 않는 편이다. MRI, CT, 내시경, 초음파 등으로 병을 발견한 후에 시술을 목적으로 주로 실시한다.

 

췌장암의 경우 췌장의 머리 부분에 암이 생기면 담도가 막혀 황달이 오면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췌장의 머리가 담도랑 붙어 있어서 암 때문에 담도가 막히는 것이다. 이럴 때 ERCP로 췌장암 진단과 동시에 막힌 담도를 뚫는 시술을 진행할 수 있다. 막힌 담도가 뚫리면서 환자의 간수치, 황달수치 등이 좋아져 외과적 수술을 받기에 괜찮은 몸 상태가 된다. 췌장암이나 담도암 진단 시 수술받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ERCP가 수술을 가능하게 해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 최신 장비가 왜 중요한가?

ERCP는 최대한 좋은 장비와 좋은 시설을 갖추고 시행하는 게 중요한 시술이다. ERCP실을 개소하면서 최신 엑스레이 장비를 들였는데, 선량이 적다. 방사선량이 적다는 건 환자와 시술자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다. 췌장·담도질환의 경우 여러 번 시술해야 하는 환자가 많은 편인데, 시술 한 번에 30분~1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방사선량이 높으면 부담이 된다. 시술자 입장에서도 방사선량이 높으면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긴 시간 동안 자세히 관찰하고 정확히 치료하기 위해서 선량이 낮은 최신 장비가 필요하다.

 

스파이 글래스라는 것도 사용한다. 7월 1일부터는 보험 급여가 적용될 예정인데, 담도 안으로 들어가는 아주 얇은 내시경을 말한다. 담도는 내시경이 들어갈 수 없어서 조영제를 써서 엑스레이로밖에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간접 영상이 아닌 직접 영상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이때 쓸 수 있는 게 스파이 글래스다. 1회용 담도 내시경으로, 3mm의 얇은 굵기라서 담도 안쪽으로 들어가 안쪽을 직접 볼 수 있게 해준다. 이 장비를 이용해 보다 정확하게 담도 질환을 치료하고 있다.

 

 

 

 

 

 

 

- 스파이 글래스는 흔히 사용되는 장비가 아니지 않나?

스파이 글래스를 이용한 담도 내시경의 경우, 2016년 국내에 2세대가 출시되자마자 우리 병원으로 빨리 들여왔다. 그래서 많은 케이스를 시술할 수 있었다. 학회에서 ERCP 시술 강의를 많이 진행할 수 있는 것도 이 덕분이다. 담석이 꽉 끼었거나 클 때 스파이 글래스를 이용해 직접 보면서 시술해야 하는 등, 타 병원에서 기존 ERCP만으로 치료하기 어려운 환자를 우리 병원으로 보내기도 한다.

 

- ERCP 시술은 의료진의 역량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 같은데?

그렇다. ERCP 시술을 합병증 없이 성공적으로 시술하는 건 아주 어렵다. 의사 혼자서 하는 시술도 아니다. 다른 내시경 시술은 시술자의 능력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진다. 반면 ERCP는 시술자의 능력이나 아이디어, 경험, 환자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지만 같이 하는 시술팀의 역량이 뒷받침돼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다. 의사가 내시경 장비 잡고 있으면, 담당 간호사가 스텐트를 넣거나 빼거나 조직을 잡는 등 해부학적인 이해도를 갖고 액세서리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일부 병원들은 간호사들이 ERCP 시술에 들어오는 걸 꺼리기도 한다. 시술이 오래 걸리고, 방사선 노출의 위험성이 있고, 실수에 대한 부담 등을 갖고 있어서다. 우리 병원은 숙련된 전문 ERCP팀이 운영되고 있다. ERCP팀 덕분에 고난도 시술을 능숙하게 수행할 수 있다 생각한다.

 

- 췌장·담도질환, 특히 암의 경우 빨리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 어떤 사람이 검사 받아야 하나?

10년 이상 당뇨를 오래 앓았거나, 당뇨 환자 중 최근 들어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거나 체중이 급격히 줄었거나, 만성 췌장염이 있거나, 췌장암 가족력이 있다면 주치의와 상의해 CT 검사를 받기를 권한다. 췌장에 점액성낭성종양(물혹)이 있는 사람도 MRI 검사를 받으면 좋다. 간이나 콩팥 물혹은 암으로 진행되지 않지만 췌장은 다르다.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크기가 점점 커지거나 모양이 바뀌면 특히 의심해야 한다. 소화기내과 의료진과 상의하며 정기 검진을 받기를 권한다.

 

췌장·담도암은 빨리 발견하면 항암이나 수술 같은 치료를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항암치료가 발전해 수술 가능한 상태로 바꿔 수술로 암을 제거하고, 이어서 항암치료를 다시 실시할 수 있기도 하다. 이전보다 치료 성적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위험인자를 갖고 있다면 반드시 검진을 해보길 바란다.

 

- 췌장·담도암 환자에게 한 마디 한다면?

환자가 느낄 절망감, 가족이 느낄 상실감을 아주 잘 안다.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을테고, 워낙 절망적인 암으로 잘 알려져 있어서 낙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엔 ERCP등으로 수술 받기에 괜찮은 몸 상태로 만들 수 있기도 하고, 약물도 많이 발전하면서 치료 성과가 아주 좋아지고 있다. 소화기내과, 혈액종양내과, 외과, 방사선종양내과 등 많은 의료진이 힘을 모아 환자를 살리기 위해 애쓴다. 의료진을 믿고 적극적으로 치료하길 바란다.

 

오치혁 교수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RCP 시술에 있어 국내 최정상 수준의 의사다. 국내 병원의 95% 정도가 ERCP 시술을 연간 200건 이하로 실시한다. 반면 오치혁 교수는 연간 600건 정도의 ERCP 시술을 진행할 정도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스파이 글래스를 이용한 ERCP 시술 건수도 많아서 학회에서 관련 사례 강의도 많이 진행하고 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5/28/20210528012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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