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은퇴 후에 뭐 하실래요? / 김홍우

덕 산 2020. 8. 29. 10:40

 

 

 

 

 

은퇴 후에 뭐 하실래요?

 

김홍우(khw***) 2020-08-28 12:01:11

 

“은퇴 후에는 뭘 해요?”

“하긴 뭘 해? 쉬려고 은퇴하는 것 아냐?”

“...마냥 쉬기만 해요?”

“왜 마냥 쉬고만 있어.. 죽기도 해야지..”

“그럼.. 뭐 은퇴가 죽으려고 대기하는 거예요?”

“그래.. 뭐.. 크게 다를 것도 사실은 없잖아..”

 

 

허허. 실제로의 다툼 소리는 아니고 머리와 마음속으로 은퇴의 시점을 앞두고 있으면서도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며 징징거리기를 계속하는 누군가를 염두에 두고 실제처럼 하여보는 상상 속에서의 강성 일변도 대화 모양입니다.

 

 

듣기에 따라서는 참 못나고 한심한 ‘은퇴론’이랄 수도 있지만 은퇴란 결국 우리들 모두가 가야만 하는 길이니 어느 누군가의 일도 아니고 바로 ‘나의 일’입니다.. 은퇴..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며 그러니까 ‘쉬라고’ 곧 ‘그만하라’는 것이며 이것은 일 곧 ‘일하며 사는 움직임’의 멈춤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도 있으니 이것이 나이든 이에게 하는 배려인지 또는 ‘내쫓아 버리는’ 모양인지는 그 각각 은퇴 당사자의 심정에만 정답이 있을 것입니다.

 

 

회사 같은 직장은 물론 농사 같은 일에서도 ‘나이가 많아지면’ 알아서(!) 물러나야 하는 때가 옵니다. 정부에서도 65년을 살아온 사람들을 모양새를 ‘늙은이의 기준’으로 잡아 놓고 있으면서 이런저런 ‘노인혜택’과 약간의 용돈을 손에 쥐어 주면서 ‘가만히 물러나 앉아 있을 것을’ 종용하고 있습니다. 어디서? 뒷전에서!! 그러기에 65세라는

젊은(!)나이에 ‘앉아 놀기 싫다고’ 몸부림을 치는 이들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순응하는 분위기라서 우리나라에는 ‘젊은 공식 늙은이’들이 많은 편입니다.

 

 

과연 ‘은퇴’란 이젠 ‘다 살았으니 손을 놓아라.’라는 암시이며 채근이고 종용이라도 할 수 있을까요.. 좋은 말로

하면 ‘이제 돌아갈 때가 되었으니 그만 일손을 놓아라.’의 모양도 될 수 있고 좀 더 사나운 말로 사면 ‘이제 죽을

때가 되었으니 발버둥을 멈추어라.’라는 것으로도 받아들여 질 수 있지요. 그러나 과연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아닙니다. 절대로 그러한 쪽으로 내몰림을 당하는 은퇴자들이 되지 마십시오.

 

 

은퇴 이제야 말로 멋진 날들이 펼쳐지고 또 펼쳐가야 하는 때입니다. 그 동안 나를 얽매었던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이제야 말로 ‘나’를 찾고 ‘나의 진가’를 발휘하여야 하는 때인 것이지요. 그 동안 나 이 한 몸을 세상 정리에 잡아매고 옭아매었던 것이 무엇입니까? 주어진 시공간 속에서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 날들을 지내지 않았습니까.. 물론 기쁘고 즐거운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체를 아울러 보면 ‘세상살이’는 고초의 연속이었고 그래서 우리 모두 입을 모아 ‘살기 힘들다. 어렵다.’고 하면서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닙니까..

 

 

 

 

 

 

재산이 많았기에 그렇지 않았다고 할 수 없으며 권세가 있었기에 즐겁기만 하였다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누구나 다 잘 알고 있습니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그 힘들었던 일들을 다 내려놓고 쉬어야 하는데 몸도 마음도

쉬는 일이 과연 무엇일까요.. 우선은 그래도, 그래도 하면서 ‘돈 버는 일’을 계속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자식들에게 ‘작은 보탬’이라도 되거나 또는 ‘나’에 대한 자식들의 부담을 줄여주려고 그렇게들 하시는 분들이 여전히 많이

있지만.. 결국에는 ‘나를 찾지 못하고야 마는’ 결과로 이어질 뿐입니다.

 

 

어떤 분들은 ‘봉사생활’을 말합니다. 요즘에는 틈틈이 배운 색소폰으로 연주 봉사를 다니시는 분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예, 참 멋지고 아름다운 일입니다. 악기 뿐이겠습니까.. 무엇으로이든 어떠한 모양이든지 자신의 시간 재능 수고를 들여가며 누군가 그렇듯 소외되거나 무료해하는 이웃을 즐겁게 하여주는 일의 가치는 무엇으로도 환산할 수 없습니다.

 

 

또 어떤 분은 ‘독서생활’을 권합니다. ‘책속에 모든 답이 있다.’는 서양 속담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세상을 관통하는’ 거의 유일한 길입니다. 역사, 철학, 소설, 특히 작은 수필 산문 에세이 성격의 책들을 권면 드립니다. 거기에 생생한 ‘개인’들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고 이러한 책들을 많이 읽으면 ‘나를 딛고 일어서며 세상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고 이러한 능력이 갖추어지지 아니하면 죽을 때까지 ‘세상 노예의 모습’에서 떠날 수가 없습니다.

 

또 어떤 분은 ‘운동생활’을 권합니다. 물론 대단히 중요합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의 건강생활과 직결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조금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은퇴와 동시에 몇 몇 가지 운동기구를 거처에 사들여 놓고 늘 친구 삼는

사람도 있는데 참 좋은 일이고 부러운 일입니다. 물론 과도한 운동으로 나가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하지만 ‘운동을 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벌써 건강 삶을 데리고 오기에 그렇습니다. 또 “운동 중에는 걷기만 한 것이 없다.”라고 말들 하지요. 가장 쉽고 또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운도 걷기. 꾸준히 하여서 건강한 삶을 이어가시기

바랍니다.

 

 

또 어떤 분은 아니 저 역시도 ‘신앙생활’을 적극 권합니다. 은퇴시기까지도 종교가 없거나 종교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 동안 ‘너무 바빠서’ 돌아보지 못했던 종교 서적들 ‘석가의 설법(說法), 공자의 예기(禮記) 그리고 하나님과 예수님의 성경(聖經)책’ 등을 단순 ‘비교종교학’ 차원에서이든 ‘시대 변천사’개념과 시선으로이든 꾸준히 읽어 보세요. 거기에서 인생과 인류가 가야할 ‘마땅하고 유일한 길’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교회 목사인 기독교인이므로 마땅히 하나님의 성경책과 예배로서의 신앙생활을 먼저 권하지만 세상의 역사는 다툼과 살인 전쟁의 역사이며 또 한 편으로는 화합과 단합 그리고 진리를 찾는 이들의 발자취이기도 하기에 일단은 그 와중의 역사 속으로 나를 ‘떠밀어’ 넣어보면 ‘신앙생활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 이를 아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며 지혜롭지 못하면 우리는 ‘숨 쉬는 몸뚱이’외에는 가진 것도 가질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성경책을 읽는다고 구원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지혜로운 이들에게는 그 계기를 마련하여주고 또 마련 될 수 있기에 다독을 권하는데 그 중에서도 이른바 ‘사복음서’와 솔로몬의 ‘전도서’를 먼저 추천합니다. 인생이 무엇인지,

은퇴자이든 현역자이든 사람은 무엇을 하다가 어디로 가야만 하는지를 알려 줍니다. 은퇴는 인생의 은퇴이지

영혼의 은퇴가 아니므로 마치 은퇴 후에도 숨 쉬는 것은 계속하여야 하는 것처럼 내 영혼의 여정이 계속 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과 알게 된 사람들만이 은퇴 후에도 맥을 놓고 앉아있거나 부질없는 헛된 것들을 여전히 추구하거나 늘 긴 한숨으로 탄식의 날들을 지내지 않습니다. 가야 할 곳이 있음을 알게 된 때문인데 그야말로 ‘아는 것이

힘이 되어’ 기쁘고 즐거우며 감사한 날들을 이렇듯 은퇴 후에도 넉넉함으로 지낼 수 있습니다.

 

 

- 산골어부 2020828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