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둑놈들 세상이라면
김홍우(khw***) 2020-08-22 04:39:27
이제는 벌써 많이 오래전 일제 강점기 시절에 충청도 공주 최부자를 다룬 TV드라마 극중에서 주인공으로
나왔던 연기자가 씁쓰레한 얼굴에 개탄의 목소리로 내 뱉듯 하였던 일본말이 떠오릅니다.
“민나 도로보데스..”
‘모두 다 도둑놈 들이다’라는 말이지요. 약탈과 수탈의 시절.. 그때는 그럴 수 있었겠지.. 하지만 그러면 과연
지금은 ‘천사들의 시대’가 되었을까.. 아마도 고개를 가로 젓는 이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상상해보는 나의
생각이 쯧 얄미워지기도 합니다.. 지금은 외세의 강점도 그리고 그러했던 노골적인 수탈과 약탈의 모양도
없다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 하지만..
요즘도 TV뉴스를 보거나 또는 본 이야기를 하시는 어르신들의 말씀들 속에서 가끔 아닌 자주 듣게 되는 것이 바로 “쯧쯧.. 온통 도둑놈들 세상...”이라고 하는 말입니다. 하여 그러면 세상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도둑놈들의 비율이 얼마나 되어야 ‘도둑놈들 세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하여 보게 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1:100의 비율이 되면 과연 도둑이 우글우글 득실득실한 도둑놈들의 세상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만 1:1000의 비율이라도 비슷할 것 같기는 합니다.
우리 사회 속에서 나의 이웃으로 사는 사람들을 포함하여 그 백 명 중에 한 명이 언제 나의 것을 도둑질 해
갈 수 있는 사람으로 지금도 나를 바라보고 있다. 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도 끔찍한 상상이 아닙니까.. 만약
그것이 현실이라면 나는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만 하는 것일까.. 날마다 의심 가득한 눈으로 이웃과
타인들을 바라보며 경계하고 주의 하여야 하며 문단속은 물론 무엇이든지 자물쇠로 꽁꽁 잠가 놓고 묶어
놓고.. 그러면서도 좌불안석 안심이 안 되어 온통 CCTV를 달아놓고 생방송으로 바라보는 것이 일상이 되는
것은 물론일 테니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고.. 또 언제 맞닥뜨릴지 모르는 ‘도둑놈과의 일전(一戰)’을 염두에
두어 총이든지 칼이든지 무슨 무기가 될 만한 것을 한 두 개쯤은 품에 품고 다녀야 한다면.. 그것이 바로
도둑이 가득한 ‘도둑놈들 세상’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 비율이 백 명에 한 명이 아니라 천명에 한 명이라고 하여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조만간 도둑이 우리 집에 들어올 확률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저는 66년을 살면서 그것을 두 번 경험
하였으니.. 저의 경우에는 30여 년에 한 번 꼴이라고나 할까요.. 30여 년 이라는 세월과 시간이 길고 오랜
것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 두 가지 사건 중에서 두 번째 것은 한 밤중에 몰래 들어와 손에 칼을 쥐고 각
방과 거실을 몰래 조용히 다니던 도둑과 시선이 마주쳤으니 한 바탕 소리를 지르며 난리를 친 소동 지금
비록 30여 년이 훌쩍 지나버린 옛일이기는 하지만 그 때를 떠올릴 때마다 지금도 온 몸에 소름이 돋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즉 내 몸과 마음에는 ‘언제나 현재’가 되어 버린 것이지요.

그래서 30년에 한 번 정도라는 도둑과의 현재적 조우라는 모양도 결코 위로가 되지 못하고 또 그러기에
오늘은? 내일은? 하면서 전전긍긍 한다면 도둑은 이미 매일 매일 우리 집에 들어오고 있는 것이지요.
즉 저의 경우 30년 만에 한 번 들어온 도둑이지만 앞으로도 또 30년 후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도 장담할 수도
없는 때문입니다. 혹시라도 그렇게 기약되기만 한다면 그 때가 되기까지의 29년 동안은 얼마나 편안할까..
쯧. 아무튼 그래서 세상이 온통 도둑들이 가득한 ‘도둑놈들 세상’이라고 한다면 그곳이 바로 지옥에 다름이
아닌 것이지요.
그런데 상기한 어르신들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정말 ‘도둑놈들 세상’이라는 느낌을 받은 것은 이른 바 ‘사기
전화’를 제가 직접 두 번 받았던 때이며 다행히 속아 넘어가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사기 전화를 10번 20번
받으신 우리 산골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야, 과연 도둑놈들이 사방에 득실득실한 세상이로구나 하면서 누군가를 향한 마음의 문을 자꾸만 더 닫게 됩니다.
“옛날에는 도둑이 몰래 들어오고 기껏해야 칼을 들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아, 얼굴도 다 보여주고
목소리도 다 들려주고.. 뺨 한 번 때리는 일도 없이 다 빼앗아 가잖아. 저, 저, 뉴스 좀 들어 보라구”
하시는 어르신의 말씀과 지적에 동의하게 돕니다. 그래요 어르신 다 맞는 말씀이에요. 그러니까 더 조심하고 낯선 사람을 더욱 주의 하셔야 돼요.. 라고는 말씀을 드리지만 ‘그래서 날마다 의심 가득한 눈으로 다른 사람
들을 보셔야 되요..’ 라고는 차마 말씀드릴 수가 없으니 그 말은 결국 우리 모두가 서로 간의 모양들 속에 도둑놈의 이름을 뒤집어씌우는 것에 다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떤 세상이 평화롭고 좋은 세상일까.. 그것은 곧 ‘불안함’이 없는 세상이라 할 것입니다. 아무리 기름진 산해진미를 날마다 먹고 대궐 같은 집에서 살면서 번쩍이는 황금자동차를 타고 다닌다고 하여도 마음에 ‘불안함’
이 있다면 그 모든 호사가 다 헛것입니다. 그래서 좋은 세상은 ‘마음이 편안한’ 세상이며 이러한 세상은 내가
속을 일이 없고 빼앗길 일이 없는 한마디로 ‘도둑놈이 없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물론 이 같은 세상의 모습은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기에 암울하기는 하지만 그러나 그 조금이라도 그러니까 그 ‘비스므레’ 한
모양 만큼은 우리들이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첫 단추는 ‘내가 아무도 속이지 않는 것’입니다. 두 번째 단추는 ‘누구의 것도 빼앗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하나로 묶으면 ‘욕심 부리지 말자’가 되지요. 그러나 또한 얼마만큼의 ‘욕심’은 나를
지키며 내가 일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기에 무조건 백안시 하는 것 역시 지혜롭지 못합니다. 우리는 그렇
습니다. 우리는 ‘과도한 욕심’의 팽배를 걷어차는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도한 욕심’의
구분과 구별은 지금 당장에라도 당신이 할 수 있습니다.
- 산골어부 2020821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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