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인으로서의 삶
김홍우(khw***) 2020-08-03 22:42:17
TV를 보면 지금도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생활프로입니다. 주로 깊은 산 속에 들어가 혼자 살고 있는 ‘남자’들의 이야기가 아직까지는 중심뼈대를 이루고 있지만 아마 모르기는 해도 앞으로는 ‘산속 가족이야기’로 발전되어 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이유로는 사람들의 지각이 깨어날수록 ‘자연’을 더욱 사랑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지각이 깨어난다.’라고 하는 것은 그냥 쉽게 ‘무엇이 좋은 삶의 모양인지’를 더욱 잘 알게 된다는 의미로 쓴 것입니다.
그렇다면 또 ‘좋은 삶의 모양’에 대한 정의도 내려야 하는 것인데 이는 물론 건강함, 평안함이 그 첫 번째가 분명합니다. 즉,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평안하면 그것이 바로 더 바랄 것이 없는 ‘좋은 삶’인 것인데 우리들이 익히 잘 알고 있는 것이 바로 사람의 몸이 건강하려면 꼭 필요한 것이 ‘맑은 물과 좋은 공기’라고 하는 것은 잘 알고 있는 터인데 오직 깨끗한 자연만이 이를 충족시켜주지요. “나는 자연인이다”프로그램에 나온 이들 거의 대부분은 한 결 같이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라고들 말합니다. 물론 그처럼 산으로 들어온 이들은 저마다 그 이유가 없을 수 없어서 몸이 아파서, 가족과 헤어지게 돼서, 사업이 실패해서, 세상이 싫어서, 조용히 살고 싶어서.. 등등 그 이유와 사연도 여러 가지 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은 그들의 모습을 일단 ‘세상을 이기지 못한 사람, 실패한 사람’ 등으로 보는 시각이 강합니다.
그러나 막상 그 당사자들은 자신들이 ‘모든 것을 내려놓은’ 승리자라고 하는 의식들이 그 마음에 있음을 번뜩번뜩 암암리에 드러내곤 합니다. 그러면 과연 실패자들 일까.. 승리자들일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로 보는 관점들이 다르게 있겠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과연 거기에는 어렵고 힘들고 그래서 내몰리는 것이 동기와 계기가 되어 그렇듯 산속으로 들어오게 된 이들도 물론 있지만 결국에는 삶과 생활을 ‘이기는 사람들’이 되었고 그 증거로 보여지는 것이 바로 ‘편안한 사람’이 되었다고 하는 것이라고 말이지요. 만일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쳐 깊은 산속 자연으로 들어왔다면 그 사건이 잠잠해 질 때 즈음에는 다시 나가게 되고 또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세인의 입에 여전히 오르내리는 일이라면 비록 몸은 깊은 산중에 들어와 있지만 좌불안석 마음 편할 날이 없는 것이라는 모양을 들어서 하는 말이지만 그렇게 알려지는 자연인들 중에는 그런 모양이나 모습들이 없기 때문이지요.
‘자연인’으로 나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엇에 쫓기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또 그렇듯 쫓기는 사람이라면 TV방송에 자신의 얼굴이 나가는 것을 허락할 일도 없겠지요. 그래서 그들은 ‘자의’로 즉 스스로 그렇듯 산 중에 또는 무인도에 들어가고 들어온 사람들이 그 대부분임이 분명합니다. 이 모양을 두고 어떤 사람은 말합니다. “도시에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왜 들어왔겠어..?” 그 말이 어느 정도는 맞기도 하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지만 그러나 제 생각으로는 그렇듯 도시에서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도 그처럼 산 속으로 들어오는 ‘시기’가 좀 더 늦추어지거나 할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들어온’ 모양이 되어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시간과 조우하는 일로 이어지게 되고 또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점점 더 삶에 대한 인식과 생활에 대한 지각을 더하여가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이들 모두는 ‘평안함’을 찾는 이들이며 또 오직 ‘자연 속에’ 그 정답이 있다는 것을 정확히 또는 막연히 라도 알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어코는 자신의 생각을 실천으로 옮겨서 산속이든 무인도 이든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또는 거의 없는’ 자연 속으로 들어오고 거기에서 비로써 이제까지의 삶의 모양과는 현저히 구분되고 차별되는 ‘가장 큰 행복’을 알게 되고 누리고 있다면 바로 그 모습이 ‘인생의 승리자’의 모습인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지금도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천만 명이 넘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살아가고는 있지만 그렇게 TV 같은 것으로나마 ‘자연의 모습’을 보기를 원하는 이들이 있어서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외침의 제목 모양이 관심과 공감을 이끌고 있는 것이며 곧 자연을 사랑하고 사모하는 마음의 증거라고도 할 것입니다. 그래서 또 떠오르는 것은 ‘전원일기’라고 하는 프로입니다. 첫 방영 시에 굉장한 인기몰이를 하였고 지금도 몇몇 채널에서 재방송을 이어하고 있어서 저도 가끔은 보게 됩니다만 만약 그 배경이 시골이고 농촌이며 산마을이 아니라 도시 어느 아파트에서 이웃 간에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것이라면 아마 모르기는 해도 그 만한 관심과 인기를 받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 ‘전원일기’ 속에서 펼쳐지는 산과 들의 자연 모습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농촌인심의 모양들이 잘 어우러져 날로 더 각박하여지기만 하는 도시생활 속의 팍팍한 삶 속에서 이를 바라보는 이들에게 잠시나마 훈훈함의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것이 유효하였던 것이지요. 허허. 그래요. 많은 사람들이 ‘도시생활’을 팍팍하여 정이 없고 쉽게 다투는 모양이 많아지는 생활이라고 하지요. 물론 도시생활 속에서도 그 넘치는 훈훈함과 정이 있는 모양과 모습들은 많이 있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은 ‘내가 겪은 친절함’보다는 ‘내가 겪은 몰인정’의 부각됨의 모양을 더 크게 그리고 더 오래 기억을 하게 되는지라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일들은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일어나는 것이므로 그렇듯 많은 사람들이 모여살고 몰려 사는 도시생활 속에서는 또한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과 늘 그 얼굴과 그 사정을 서로 대하기를 날마다 하면서 살아갈 때에 온갖 시비와 충돌이 일어나는 것이며 여기에서 받은 마음의 상함과 상처의 모양도 그만큼 깊어지는 것이지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거니와 그러한 삶 중에서도 ‘좋은 일 기쁜 일’들 역시 많이 있지만 사람은 ‘화나는 일’의 기억이 오래가는 법(!)아래 있는지라.. 쯧 안타까운 일이지요..
그래서 그러한 ‘사람들로부터의 시달림’을 다 내려놓고 오게 되는 곳이 바로 ‘자연의 품’입니다. 곧 ‘흙으로의 회귀’인 것이지요. 흙 한줌 찾기 어려운 도시 아스팔트 위에서 ‘뜨거운 양철 지붕위의 고양이’처럼 지내다 보니.. 푸석푸석 내 발 밑에 밟히는 흙의 감각과 느낌이 그리워지는 것일까요.. 그래서 자연인이 되어 산 속으로 들어가면 바람소리 계곡 물소리 그리고 새들의 소리가 반겨줍니다. 그리고 누구와 말할 일도 없으니 다툼이 일어날 일도 거의 없지요. 동물들과 초목들에게 말을 걸어보거나 할 수는 있지만 거기에서 ‘나를 화나게 하는 대답이나 대꾸’를 들을 일은 또한 역시 전혀 없으니 그것만으로도 벌써 ‘평안’입니다.
하하. 너무 자연예찬과 산골예찬으로 나아간 것 같습니다만 제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이 강원도 깊은 산골 속 작은 마을이고 저 역시 모든 지금의 주어지고 그래서 하여야 하는 일들의 마름 때에는 그렇듯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이해하여 주십시오. 그래서 또 생각해 보면 사람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만 상기한 점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그렇듯 생전에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것도 역시 ‘흙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라고도 보여 집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편히 쉬소서..”하는 말도 역시 꼭 고인 된 이의 영정 앞에서만 하고 또 하여야 되는 말이라고 국한을 두고 싶지는 않은 심정이 됩니다.
지금 어디에서 어떠한 삶을 살고 계십니까..? 도시에서이든 시골이나 산골짜기에서라도 자신이 평안하고 행복하면 그만이고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혹 도시생활이 답답하고 그래서 시달림의 모양이라고 생각되며 어쩐지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프로를 보면서 즐거운 마음이 공감으로 생기는 분이라면.. 그래요 한 번 쯤은 그러한 자연 속생활을 추천합니다. 며칠이나 혹은 한 달 정도 살아보는 것으로 ‘간’(!) 한 번 보시고 좋다고 생각되면 결정을 할 것입니다만 이것만은 꼭 한 번 더 깊이 생각하고 협력을 구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즉, ‘아내와 함께’ 들어가는 것입니다. 이미 알려진 자연인들 가운데서도 ‘아내와 함께’그렇게 ‘부부자연인’으로 지내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으니 그 방면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적극 권하여봅니다. 대부분 여자들은 시골이나 산골생활을 하고 싶어 하지는 않지만 ‘뜨거운 사랑의 힘으로’ 두 손을 마주잡고 자연의 품으로 들어오게만 된다면 일찍이 몰랐고 상상 할 수도 없었던 ‘평안으로의 행복한 삶’이 이어지고 전개되어질 것이라고 장담을 하고 싶은데 저 역시 아무래도 결국에는 그러한 상황에 처할 것 같아서 때마다 아내를 바라보며 입이 근질거리는 것을 아직은 애써 참고 있는 중입니다. 허허. 늘 건강하시기를
- 산골어부 202083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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