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MRI를 찍고 나서

덕 산 2020. 2. 18. 15:30

 

 

 

 

 

 

 

 

 

김홍우(khw***) 2020-02-17 20:25:41

 

 

현재까지 개발 되어 나온 의료기기로서는 아마도 MRI가 최첨단 장비가 아닌가 합니다. 우리말로는 자기공명 영상장치라고

하는 모양인데 아무도 그런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그냥 우리말 엠알아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요. 인체의 곳곳을

선명하게 들여다보는 기계 장치를 일컫는 말입니다. 그 이전의 X레이, CT 같은 기기들과는 아주 현저히 구별되는

현시점에서는 거의 만능적인 의료 메커니즘의 총아라고 하겠습니다. 당연히 지금까지 MRI가 세운 공로도 혁혁하여 많은

이들의 만성질환과 암 같은 질병들의 조기발견 등에 큰 몫을 담담하였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생명도 구했습니다.

혹 노벨상이 기계에도 주어진다면 당연히 MRI가 받았을 것인데.. 혹 그 발명자가 받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MRI초전도 현상을 이용한 MRI(자기공명 영상장치) 개정된 물리1에서 다루는

초전도체를 이용한 강한 자기장을 형성하여 인체 내부를 들여다보는 영상장치이다.”

 

라는 MRI 정의에서 볼 수 있듯이 인체의 온 몸 구석구석을 마치 자기 손바닥처럼 들여다 볼 수 있는데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내부의 모양들 아주 가느다란 혈관의 이어짐과 그 상태까지도 세밀하게 볼 수 있기에 이제는 거의 모든 의료

진단시스템이 거기에 의지하고 있는 모양으로 바뀌어진 상황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진단의

방식도 그저 가만히 누워만 있으면 되는 것이기에 통증이라든가 최면이라든가 약물투여 주사 등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지요.

다만 아직까지는 그 이용요금이 비싸서 한 번 사용료가 100만 원 정도 하여서 소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 같은 면이 있었는데

이제는 보험이 된다고 하네요. 그래서 23만원을 (여전히 비싸기는 하지만) 요금으로 내고 저도 찍게 되었던 것이지요.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혈압과 당이 약간 있어서 시내 개인병원을 다니며 약을 처방 받아 먹기를 수 년 째하고 있는데

엊그제는 그 병원에서 의사소견서를 받아가지고 큰 종합병원인 기독병원으로 가게 되었고 슬쩍 펴본 소견서에는

바지를 입다가 균형을 잃고 넘어지기도 하고..”라고 쓰여진 부분도 있군요. 허허. 맞습니다. 이 일은 거기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집안에서 바지를 입다가 균형을 잃고 에구구 장롱 문을 들이받으면서 쓰러진 적도 있고..

식탁 의자에 앉아 있다가 일어서면서 휘청 하더니만 바닥에 쓰러진 적도 있었는데 사다리를 놓고 전구를 갈아

끼우다가 내려오면서 발을 헛디뎌서 넘어진 적이 하일 라이트이지요

 

약 한 달 어간에 이러한 비슷한 일들을 서너 가지 모양으로 겪다보니 이거 내 몸에 좀 이상이 있는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생기면서 약간은 불안해지기도 하여 주일 교회 식사자리 같은데서 언뜻 비추었더니 우리 교회 집사님들이

벌떼같이 일어나면서 빨리 검사를 받으시라고 종용하고 채근하며 재촉하는 바람에 결국 병원을 찾게 되었는데

먼저는 가격이 저렴한 머리CT를 찍었지만 잘 나타나지를 않는다고 다시 또 비싼 MRI를 찍게 되었던 것입니다.

 

 

현재 별 다른 이상은 없습니다. 가는 혈관들 쪽에서 약간 감지되는 것들이 있기는 합니다만 나이가 들면 누구나 다

나타나는 현상이고 하니 염려하실 것은 아니고.. 그저 앞으로 혈압과 당 조절을 잘 하시기만 하면 되시겠습니다.”

 

 

 

 

 

 

 

MRI 사진을 영상으로 띄워놓고 보여주면서 하신 의사선생님의 자꾸 듣고 싶은(!) 말씀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목사인지라 주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먼저 나왔지만 또 이어 거봐, 내가 뭐랬어.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했잖아.’라는

말을 옆에 서있던 아내에게 할 뻔 했는데 괜찮아, 속으로 한 말이었으니까.. 허허. 그렇게 MRI를 찍은 후 며칠 동안 혹시?

하는 마음의 불안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닌데 참 다행이고 감사한 일입니다. ‘건강은 건강 할 때 챙겨야 한다는 말이

주는 교훈에 따라 저도 이제 나이가 65세 이다보니 저 스스로는 물론 나의 몸상태가 가족들에게 염려와 걱정을

끼치는 일이 되지 않도록 잘 관리를 하여야 하겠습니다.

 

 

어떤 의사의 말씀처럼 나야 뭐, 이상이 있겠어?” 하는 말과 생각이 가장 큰 건강의 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진료를 받을 때 대부분 의사들은 꼭 술 담배를 하시냐고 묻곤 하는데 저의 경우에는 지난 45 년 이상을 술도 담배도

입에 대어 본 적이 없으니 그 또한 참 다행이고 감사하지요. 돌이키지 못하고 회복 되지 않는 많은 질환들이 거기에서

비롯된다고 하지 말이지요. 저와 함께 50년 이상을 친구로 살아온 몇몇도 아직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그 끊지 못하는

이유로는 끊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들 하지요. 즉 이 나이 되도록 건강에 지적 받지 않고 잘 피워 왔는데

얼마나 더 잘 살겠다고.. 하면서 또 말하지요. 윈스턴 처칠은 늘 여송연을 입에 물고 있었어도 여든을 넘겨 살았대나 뭐래나..

그래.. 뭐 자신의 취향이고 즐거움이며 몸에 배인 것인 만큼 자신의 결정으로만 되는 것이겠지만..

 

그러나 저는 내가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사람의 건강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서서히 무너지는

것도 있겠지만 어느 날 갑자기 찍게 된 MRI 영상 속에서 흉측한 것이 발견되는 것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라고 말이지요.

그리고 그 때에는 이미 늦어버린 경우가 많고.. 지금은 그렇게 얼마나 더 살겠다고..’하면서 대범한 척하지만 막상 그때가

되면 하염없이 후회하고 소리치며 꺼이꺼이 울부짖는 것이 사람이라는 것은 굳이 입에 올려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지..

지금도 사방에서 하루를, 한 시간을 더 살겠다고 발버둥을 치는 모습들이 저기 어디 누군가의 것만은 아니기에..

 

친구들아 죽는 날까지 몹쓸 병에 시달리지 말고 살자꾸나. 그러다가 훌훌 떠나면 그 얼마나 멋진 모습이겠느냐. 병색 짙은

얼굴과 시름시름 앓는 모습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는 모든 이들에게 우울한 안쓰러움을 뭉텅이로 안기면서 마름하는 나의

삶이란 그 자체가 나를 포함한 모든 이들의 삶 속에 폐해의 모습으로 들어가고 또 남겨지는 것이 아니겠냐.. 그렇다고

날마다 탁탁 터는 모습으로 유난을 떨자는 것도 아니고 다만 서로의 이상 없음혹 아니라도 그러면 큰 이상은 없음이라는

말들을 문자로 주고받으면서 친구들 서로의 삶의 모습에 힘이 되어 주자꾸나.. .. 잘 못 된 것 아니지?

 

그래서 이제 나도 문자를 보내려고 휴대폰을 집어 든다. 나이 들어 늙은 친구들이 수고하며 애써 만들어 놓은 카톡방에

올릴 문구를 생각해 보게 되는데 이렇게 쓰려고 더듬더듬 문자판을 눌러본다. ‘친구들아 MRI 결과는 이상이 없단다.

다들 고맙다. 그리고 모두들 건강들 하시게가 좋을 것 같다. 근데 이거.. 좀 더 쉽고 빠르게 문자를 쓰는 방법은 아직도

새로 개발 된 것이 없는겨..? 이 방면에 일하는 이들은 다들 뭣들 하는겨.. 허허. 그래, 늘 건강한 소식들을 주고받자꾸나.

 

- 산골어부 2020217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