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를 떠나는 것들이 많이 있지만

덕 산 2020. 2. 11. 13:49

 

 

 

 

 

 

 

 

김홍우(khw***) 2020-02-10 16:40:33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를 떠나는 것들이 많습니다. 먼저는 그것이 사람들이어서 나를 떠나가는 이들인 경우에는

큰 슬픔과 아쉬움이 엄습합니다. 부모님.. 친지.. 이웃.. 친구 들이 그렇습니다. 자연스럽거나 피치 못하게 되어

못 보게 되는 경우도 있고 쯧, 너무 안타까운 경우도 있지만 언제 어떤 경우가 된다고 하여도 역시 우울하고 슬픕니다.

 

야 너희들은 나보다 일찍 죽지마라, 일일이 장례식 찾아다니기 귀찮으니까

 

물론 우스개의 분위기 속에서 친구들에게 한 말이기는 하지만 하필 그 자리가 수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의

장례식을 치르고 나오면서 함께 있던 아직은 살아있든(!) 친구들에게 했던 말이라서 어쩐지 꿀꿀했습니다.

 

그래, 뭐 오래오래 장수하라는 말 아니겠냐

 

한 친구가 그렇게 받아 눙쳐주는 것으로 다들 허허 하면서 마름이 되었지만, 정말 어쩐지 친구의 장례식을

찾아다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하긴 뭐 누가 좋아서 찾아다니는가.. 그렇게 되었으니까.. 찾는 것이지..

특히나 불알친구들이 더욱 그렇지요.. 어릴 적부터 함께 하였던 수많은 영상들이 떠오르면서 휴.. 긴 한숨을

장탄식의 모양으로 내쉬게 됩니다. 그런데 그러면 내 장례식에는 꼭 오거라.’는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 나보다 먼저 죽지 않으면 그리하여야 할 테니까.. 허허 뭐가 뭔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들이 바로 머리카락과 이빨들입니다 물론 지방도 빠져서 주름이

생기고 시력도 나빠져서 안경이며 렌즈 같은 것을 착용하게도 되지만 어쩐지 그러한 것들 보다는 머리카락과

이빨들의 떠남이 더 서운하고 서글픈데 아마도 가장 현실적이라서 그럴 것입니다. 머리카락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대머리가 되어가는 것이며 이 모양을 원하는 남자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저 역시 머리정수리 중앙이

휑 하여질 때에 얼마나 심난하였는지.. 이제는 더 이상을 빠지지 않는 것 같은데 그저 이렇듯 남아 있는

머리카락이나마 죽을 때까지 함께 가기를 원하여 기도하고 있지요. 허허.

 

 

 

 

 

 

 

또 이빨들이 이런 저런 모양으로 슬슬 하나 둘씩 빠져나가고 다른 이빨들을 돈으로 사다가 그 자리에 채워놓기

시작하면 음식물을 제대로 씹거나 할 때 지장이 있고 불편하며 지금 먹고 있는 음식의 맛에 대한 감각도 떨어지지요.

저 같은 경우는 (물론 이빨 관리를 잘 못한 탓이겠지만) 이빨들이 부실하여 40대 중후반 정도에서부터 하나 둘 씩

빼내기를 거듭하여야 했는데 이런 저런 대체물로 견디어 왔지만 결국 입안에 남아있는 나의 이빨7~8개 정도이고

나머지는 해 넣은 것이거나 빠져있는 상태 그대로.. 부분 틀니라는 것도 해 보았지만 불편하고 말이 어눌하여져서

사용을 그만 둔지도 오래고.. 최근에 보니 임플란트 틀니라는 것이 있어서 관심을 가지고 마음으로 겨냥하며

재어보고 있는 실정입니다. 허허.

 

옛날 생각이 납니다. 요즈음 판매되는 마른 오징어들은 대개가 반건조의 모양으로 되어있더군요. 그나마도

제 이빨을 가지고는 엄두도 못 내지만, 예전에 저 어렸을 적 마른 오징어들은 왜 그렇게 딱딱했었는지 단단하고

질기기가 말가죽 같았습니다. 물론 말가죽을 깨물어본 적 또한 없지만 질긴 것의 대명처럼 되어 있어서 그런데

과연 질기고 단단하기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게는 생겼지요.. 그러나 그러한 마른 오징어도 얼마든지 질겅질겅

냠냠 맛있게 깨물어 먹던 건강치아의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정말 지금은 그때가 그리워지는군요.. 그렇게

이빨 좋을 때에관리를 잘 하였어야 했는데.. .. 그때는 뭐 마냥 그럴 줄만 알았었지요.. 그래요.. 정말 마냥

그럴 줄만 알았던것이 그것뿐이겠습니까.. 젊음도 그럴 줄 알았고 당연히 내 무성한 머리카락과 돌도 깨물어

먹을 것 같았던 내 이빨들도 언제나 그럴 줄로만 알았던 것이지요..

 

그러나 이제는 모두들 떠나가기를 거듭했고 또 떠나가는 중이니.. 그러한 것들을 바라보고 있는 마음에는 누군가를

향한 것인지 모를 억울함과 분함과 서글픔이 뒤죽박죽으로 섞여있습니다. 아마도 나 자신을 향한 것이겠지요..

그래요.. 누구도 나의 젊음을 막아서거나 머리카락을 쥐어뜯거나 이빨을 뽑아놓은 사람은 없었으니까.. 그러나

그래서 또 한 편으로 생각하여 보면 그렇듯 스스로 알아서떠나는 시기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동안에도

늘 제 자리를 지켜준 그들에게 감사하게 됩니다.

 

다행히 아직 시력이나 청력은 안경이나 보청기 같은 것의 도움이 필요 없기에 감사합니다. 또 코의 후각이나

입속에 들어있는 혀도 아직까지는 자기 기능을 잘 보전하고 있기에 그 또한 감사하지요. 특히 시력만큼은 늘

건강(!)하여서 제 기억으로는 초등학교 때부터 모든 학교 시절에는 그 학급에서는 1~2위를 다툴 정도로 시력이

항상 좋았고 그래서 안경 같은 것은 늘 남의 일이었는데 요즘에는 안경을 하나 마련하여 놓고는 밤에 운전을 하게

될 경우에만 착용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안경은 눈의 목발이다.’라고 하였는데 아무튼 그러면 저는

다리이든 눈이든 목발의 힘이나 도움을 필요로 하지는 않고 있으니 그 쪽 부분으로 연약하신 분들이 부러워하곤 하시지요.

 

 

 

 

 

 

어떤 글에서 사람의 신체 중에서 가장 끝까지 그 기능이 쉽게 노화하지 않고 오랫동안 버티어 주는 것은 바로

신장이라고 하는 것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과연 그렇구나 하는 생각을 하여 봅니다. 만일 늙었기에

맛에 대한 미각을 상실한다면 삶의 의욕이 절반으로 줄어 들 것 같아서 이지요. ‘맛있는 음식이란 거의 죽을 때까지

사람들의 즐거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신장(콩팥)의 기능이 오래가는 이유는 뭘까.. 물론 의학적인 정답이

따로 있겠지만 저 같은 일반인으로서의 판단은 우서 소변이 막히면 안 되니까입니다. (특히 저 같은 경우에는

청년시절에 신장에 병이 났던 적이 있어서 소변을 보지 못하여 고생을 하고 몸이 퉁퉁 부었던 끔찍했던 수 년 간의

기억을 악몽처럼 가지고 있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또 신장은 체내 노폐물을 소변으로 내보내고 수분량 조절, 혈압유지, 빈혈교정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지

과연 먹는 입에 혀가 있다면 내보내는것으로는 신장 곧 콩팥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하긴 큰 것을 내보내는

항문의 기능도 있지만 저의 것은 아직 큰 이상 없이 맡은바 역할을 잘 하고 있으니 패스합니다. 그렇습니다.

이 나이 쯤 되니까 나를 떠나는 것들과 떠나려고 준비하는 것들이 여기저기 눈에 띕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단속도 하여 보지만 그 성의를 읽어주어서 며칠 더 머물러 주는 것은 있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다 떠나고

또 떠나버리게 되겠지요.. 그래 오랫동안 나아 함께 있어주어서 감사하다..

 

늙을수록 운동을 하고 건강관리를 잘 해야 돼요..”

 

하는 마누라도 지금껏 내 옆에 같이 있어서 저렇게 잔소리를 해대니 고맙고.. 그래 여전히 잘 걸어 다니고 있는

두 다리도 고맙고 쥐었다 폈다 뻗었다 오므렸다 줍고 던지기도 하면서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는 두 팔과 두 손도

감사하고.. 먹은 밥을 잘 소화 시켜주는 위장도 감사하고 그리고 신체 외적으로도 우리부부의 두 딸아이들이

건강하게 직장생활을 잘 하면서 가끔씩은 아빠 엄마 맛있는 것도 사주건 하니 감사하고.. 허허 그렇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렇듯 떠나는 것들도 있지만 여전히 나와 함께 또는 내 곁에 그렇게 여전히 있어주는

이들도 있고 것들도 있어서 그렇듯 무정하게 떠나는 것들로 인한 상실감과 무력감을 희석시켜주지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직 내 영혼이 내 몸에서 떠나려는 아무 기색도 보이지 않아서 감사하며 또 언제이든 떠난다면

하나님 나라의 길이활짝 열려있으니 더욱 감사하고.. 허허 그렇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에게서 떠나가는 것들

만을 헤아리고 계수하다보면 그 우울함으로 만년이 황폐하고 피폐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보다는 여전히 내 속에

있는 것들 또 내 곁에 있는 것들 지금도 내게 주어지고 있는 것들과 그리고 장차에도 나에게 주어질 것들을 생각하고

또 예비하여 놓는 사람들이 지금을 행복하게사는 사람들이 될 것입니다. , 이 모든 것들의 충족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되어 진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 산골어부 2020110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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