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고들빼기김치에 아버지가 생각난다

덕 산 2020. 2. 17. 11:51

 

 

 

 

 

 

 

 

 

서순자(you***) 2020-02-16 21:43:59

 

며칠 전 지인이 보내준 작은 반찬통을 냉장고에 모셔두었는데

그만 깜박하고 이제서야 그 반찬통을 열어보았다

고들빼기김치라고 한다

 

아득한 그 시절 소 먹이러 나가면

들판을 따라 지천에 널렸던 고들빼기였다

몹시 쓴맛이 강한 고들빼기는 소나 토끼도 좋아하는 풀이다

 

사람들은 고들빼기로 김치를 담근다

변변 찬은 밥상에 무말랭이 고춧잎 김치도 좋고

고들빼기김치를 더하면 겨우내 이듬해 봄까지

시골에선 빼놓지 못할 최고의 밑반찬으로 그만 이었다

 

나는 지금도 어머니가 해주신 무말랭이 김치 맛을 잊지 못한다

무말랭이와 고춧잎을 섞어 양념에 버무려 낸 그

때 무말랭이김치 맛은 잊을 수 없다

 

그때는 무말랭이 대신 경상도 말로 "곤 짠지"라고 불렀다

그러니까, 고들빼기김치는 "쓴 짠지"라고 불렀던 기억이 난다

고들빼기의 쓴맛을 붙여 쓴 짠지라고 했던 것 같다

 

나는 고들빼기김치를 보면 아버지가 생각난다

쓴 짠지는 아버지가 매우 좋아하셨다

 

 

 

 

 

 

어머니께서 당신의 식성을 아시고

고들빼기는 보통은 며칠씩 물에 담구어 쓴맛을 우려낸다

어머니는 고들빼기를 물어 담그는 과정이 없이 바로 양념에 버무려

최고의 고들빼기 특유의 쓴맛 그대로 담은김치를 즐겨 드셨다

 

겨울이면 고들빼기 외에 생강도 즐겨 드셨다

보통 사람은 엄두도 못 낼 자극성이 강한

날 생강도 그냥 한입에 넣고 우적우적

깨물어 드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세월이 흘러 당신의 몸이 예전 같지 않아도

자식 앞에 약한 모습 한번 보이지 않으시고

치통으로 그렇게 시달리며 치과도 안가셨단다 

 

야심한 밤 극심한 치통을 못 이겨 펑펑 피를 쏟으면서

당신의 어금니를 펜치 뽑을 만큼

지독하시던 아버지는 이제 안 계신다

 

오늘 지인이 보내주신 고들빼기김치를 열어보고 아버지가 생각나서 적는다

천천히 밥 한 숫갈을 입에 넣고 고들빼기김치를 한개 집어 입안에 넣자

 

그때 겨울 무말랭이김치 맛이 언뜻 난다

별로 쓰지도 않다 양념 맛이 꼭 그때 무짠지 맛이 나는 건 왜 일까?

 

그래 무척 오랜만이다....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