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침 / 도종환 내게서 나간 소리가 나도 모르게 커진 날은돌아와 빗자루로 방을 쓴다떨어져 나가고 흩어진 것들을천천히 쓰레받기에 담는다요란한 행사장에서 명함을 잔뜩 받아온 날은설거지를 하고 쌀을 씻어 밥을 안친다찬물에 차르를 차르를 씻겨나가는뽀얀 소리를 듣는다앞차를 쫓아가듯 하루를 보내고 온 날은초록에 물을 준다꽃잎이 자라는 속도를 한참씩 바라본다다투고 대립하고 각을 세웠던 날은건조대에 널린 빨래와 양말을 갠다수건과 내복을 판판하게 접으며 음악을 듣는다가느다란 선율이 링거액처럼 몸 속으로방울방울 떨어져 내리는 걸 느끼며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