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평

올 여름 모기가 사라졌다?… 전문가 "폭염에 모기 수명줄고, 여름잠"

덕 산 2019. 8. 13. 13:38

 

 

 

 

 

 

 

 

최지희 기자 류인선 인턴기자(중앙대 철학과 4)

 

입력 2019.08.13 11:13 | 수정 2019.08.13 12:01

 

"올 여름 모기가 별로 없네?"

지난 5년간 평균 2556마리71825마리, 29% 줄어

"폭염에 노화촉진·여름잠·산란처 줄어든 탓"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황수진(26)씨는 매년 이맘때면 모기 퇴치 팔찌를 온종일 차고 다녔다. 하지만 올해

황씨는 모기 퇴치 팔찌를 자주 깜박한다. 모기에 물리는 횟수가 이전보다 줄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황씨는

"여름밤 밖에 잠깐만 있어도 모기에 여러방 물리기 마련인데, 매우 더웠던 작년에 이어 올해도 모기에 거의

안 물리고 있다""주변에서도 모기가 많이 없어졌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모기의 계절인 여름이 한창이지만 일각에선 "올해 유난히 모기에 물리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그 많던 모기가 정말 사라진 것일까. 13일 서울시 시민건강국 질병관리과에 따르면 지난 7월 한달 간 서울 전역

 60개소에서 채집된 모기 수는 1825마리로, 지난 5(2014~2018) 7월 평균 2556마리에 비해 29%가까이 줄었다.

서울시 질병관리과는 매달 모기를 채집해, 개체수를 공개한다.

 

질병관리본부 매개체분석과 관계자는 "온도가 오르고 강수량이 늘면 통상 모기수도 증가하지만, 폭염의 영향으로

빨리 죽거나 여름잠을 자버리는 모기가 많다"고 말했다. 모기가 줄자, 관련 상품 판매량도 줄었다. 위메프에 따르면

6월부터 지난 11일까지 방충용품 중 모기향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 감소했다. 전기모기채는 37% 감소했다.

 

모기가 줄어든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모기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온도 습도 강수 등 세 가지를 꼽았다.

 

폭염에 성장 속도·에너지 소비 과부하 걸려 비명횡사

고온(高溫)은 모기의 성장을 촉진하지만, 폭염은 모기의 노화를 앞당긴다.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이 없는 모기는

바깥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한다. 여름철 기온이 상승하면 모기 체내의 화학반응이 일어나며 대사 활동이 활발해진다.

성장이 빨라지면서 성충이 돼 산란하는 기간도 줄어든다. ·가을보다 여름철 모기가 많은 이유다.

 

그러나 폭염으로 모기의 체온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성장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대사활동에 무리가 가게 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7월 평균기온(24.8)과 평균최고기온(29.1), 평균최저기온(21.5)은 모두 평년보다 0.3~0.4도 높았다.

특히 7월 첫째 주는 3일 연속 최고기온이 32도를 넘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졌다. 한국곤충학회장을 지낸 이동규 고신대학교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는 "모기는 종류에 따라 평균 2~6개월 정도 사는데, 요즘처럼 더운 날씨가 지속하면 성장이

과도하게 빨라지면서 열흘도 못 살고 죽는 경우도 있다. 비명횡사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더위 때문에 늘어난 에너지 소비도 모기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 이승환 서울대 곤충학과 교수는 "요즘처럼 날이 더우면

모기 또한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에너지 소비량이 늘어난다""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비만큼 수명은 짧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겨울잠을 자면서 에너지를 쓰지 않는 모기는 6개월까지도 살지만, 여름 모기는 온도가 적당하고

수분이 충분해도 최대 한 달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는 것이다.

 

 

 

 

 

 

태양 피하려 습한 곳 들어갔다가 여름잠

몸집이 작아 체내 수분량이 많지 않은 모기는 습도가 수명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 모기는 해가 내리쬐는 낮이 아닌

상대적으로 서늘한 오전·밤 시간대에 주로 활동한다. 햇볕 아래에서는 모기의 체내 수분이 금세 증발하기 때문이다.

모기가 섭씨 23~38도의 습한 환경을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석좌교수는 "낮 동안 주로 지하철이나 하수도 등 습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서늘한 저녁에 나와 흡혈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저녁 기온이 높을 경우 모기는 밖으로 나오지 않고 하면(夏眠)에 든다.

7월 열대야일수는 평년보다 2.3일 많은 4.6일을 기록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강한 햇빛 아래 오래있으면 모기는 말라 죽는다""이 때문에 모기는 습한 곳을

찾아다니지만, 밤에도 고온이 지속하면 흡혈활동을 하지 않고 여름잠을 자버린다"고 했다.

 

비 덜 오고 강한 일사...산란처 줄어

습한 곳을 좋아하는 모기는 웅덩이나 논 등 물이 고여 있는 곳에 알을 낳는 습성이 있다. 숲모기의 경우 버려진

폐용기에 물이 찰랑댈 정도만 차 있어도 알을 낳는다. 그러나 기온이 올라가고 비가 오지 않으면서 물웅덩이가

대부분 말라버렸다. 7월 전국에 내린 비는 217.2로 평년보다 최대 78적게 왔다. 이 교수는 "강수량은 적고

태양은 강하게 내리쬐 땅이 건조해지면서 모기가 알을 낳을 수 있는 산란처가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하루종일 에어컨을 가동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실내로 들어가 알을 낳는 모기도 줄었다. 이 석좌교수는

"창문을 다 닫고 밤새 에어컨을 틀어놓는 집이 많아지다 보니 창문 틈 사이 등으로 들어가 알을 낳는 모기들이

실내에 침투하지 못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13/201908130111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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