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평

1步 아닌 5步 후퇴

덕 산 2019. 8. 6. 11:27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한국 석좌

입력 2019.08.06 03:17

 

외교는 일부 만족을 목표로 '2보 전진, 1보 후퇴'하는 것한 일 외교 모두 완벽한 실패

미국은 특사 파견해 과격 발언, 대화 거부 모두 중단토록 요구해야

 

필자는 30년 넘게 국제 관계와 외교 정책을 연구하고 가르쳤다. 미국 정부를 위해 외교 분야에서

몇 년간 일하는 행운도 있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외교라는 것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두 가지 결론을 얻게 됐다.

 

첫째, 외교는 모든 상황에서 모든 목표를 달성하는 게 아니다. 협상에서 모든 목표 달성을 원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게 안 될 경우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기보다 부분적 성공을 받아들여야 한다. 일부 만족이란 때론

원하는 것의 50% 정도만 얻는 걸 뜻하지만, 실용적 관점에서 볼 때 전무(全無)보다는 훨씬 낫다.

 

둘째, 외교는 차질을 겪더라도 총체적 차원에선 전진해야 한다. 흔히 말하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이다.

하지만 외교가 계속 '1보 전진, 2보 후퇴' 양상을 겪는다면 이는 실패로 규정해야 하고, 조정이 필요하다.

 

이 간단한 두 원칙은 협상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외교관들은 최적화를 추구하기보다 실용적이어야 하고 일부에 만족해야 한다.

또 한편으로 외교가 총체적 차원에서 진전을 보이는지 끊임없이 자평해야 한다.

 

이런 기준에서 볼 때 현재 한·일 간 외교는 완벽한 실패라고 볼 수 있다. 양측은 타협할 마음이 없고, 오로지

'최대 목표'만 추구하고 있다. 한국의 2015년 위안부 합의 백지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 제외, 이에 대한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 제외 맞대응 등은 (외교가) 1보가

아니라 5보쯤 후퇴한 것이다. 이번 분쟁은 명목상으로는 특정 문제, 즉 역사적 불만과 유엔 제재를 받고 있는

국가들에 대한 불법 물자 수출 등에 관한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완전히 정치적인 것이다. 예를 들어 위안부 피해자 중

2015년 합의 백지화로 혜택을 본 사람은 없다. 강제징용 피해자도 이번 대법원 판결로 얻은 혜택이 하나도 없다.

 

 

 

 

 

 

아시아의 두 핵심 동맹국 간 위기는 여러 면에서 미국에 해롭다. 한국·일본과 맺은 양자 동맹, ··일 삼자 간 정책 공조,

북한 ·중국을 상대로 한 억제 태세 구축에 해롭다. 중국이 급속히 부상하는 상황에서 아시아에서 미국 위상을 약화시킨다.

북한과 '풋내기 외교'에 주력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한·일 갈등 문제에 매우 느리게 반응하고 있다.

이런 미국의 관심 부족이 상황을 악화시켰다.

 

작금의 위기 상황을 벗어날 '쉬운 길'은 없다. 우선 모든 당사자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완벽한 승리보다

일부 만족이나 실용적 타협을 모색하기 시작해야 한다. 미국은 두 동맹국을 중재하려 해선 안 된다. 대신 공개적으로

그리고 고위급에서 두 동맹국이 더 이상 확전하지 않도록 요구해야 한다. 미국은 또 한·일이 최소한 6개월 정도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유보하도록 하고, 그동안 양측이 수출 제한 전략 물자가 실제로 유엔 제재 국가에

들어갔는지 조사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은 은밀하게 특사도 임명해야 한다. 특사는 일본에는 한국과 대화하도록 하고,

한국에는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란 식의 타협 여지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발언을 하지 않도록 요구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일 간 분쟁이 안보 문제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위기로 파기될 위기에 처한 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은 꼭 지켜져야 한다. 러시아가 한국 영공을 침범하고, 중국이 한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에

무단으로 들어오고, 북한이 한·일을 겨냥해 단거리 미사일·발사체를 쏴대고 있다. 이 적대 국가들은 한··일의 연합

방위 감시·대응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 ··일이 이런 움직임에 대해 허점과 틈새 없이 정보를 공유해 제대로

대응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1965~2015년 한·일 간에 여러 합의가 있었지만 양국 관계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많은 역사적 부당성이 남아있다.

하지만 현재 위기가 오직 역사에 대한 진정한 해결에 의해서만 풀릴 수 있다는 식의 기대는 자멸적 외교의 명제일 뿐이다.

많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상대방과) 실용적 협력을 관리해 나가는 것이 국가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세 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우리는 결코 지지 않을 것"

(한국)이라고 선언하거나 대화를 거부하는(일본) 것은 한국과 일본, 미국의 억제와 방위 태세, 국가 안보에 해로운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05/201908050255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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