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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떨다가 / 李 花 國

덕 산 2012. 7. 16. 16:15

 

 

 

부산떨다가 

            - 李 花 國 -

 


붓대 들고 풍경 앞에 앉아도

그림 한 장이 안 그려지는 그것은

사랑 미움 진실 너의 마음 나의 마음

불확실 시대의 우리 믿음은

불신서로 믿지 못해 바다의 섬 처럼

홀로 앉은 자리에서 맴맴 돌기만 한다


그 섬들 가슴 속으로 자리 옮겨 앉는

날 손톱 밑 가시처럼 아프게 머리 부딫는 소리

횡경막 문지방까지 기어코 찾아든 파도 소리 더불어

바다처럼 출렁이는 몸둥이 속에서 살았다고

짝짝 갈기 치는 파도소리 요란하다


그 파도에 이리 쓸리고 저리 쏠리는 물풀들

구겨진 지도처럼 이미 길은 없는데

달빛 한 줌 창문 기웃거리는 밤이면

미루나무 잔가지라도 흔들어보려 안간힘이다


산다는 시늉에 시늉을 보태어

살덩이 춤이 것이 살만한 삶이라고

부산떨다가 소리 소문 없이

어둠의 뒷골목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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