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떨다가
- 李 花 國 -
붓대 들고 풍경 앞에 앉아도
그림 한 장이 안 그려지는 그것은
사랑 미움 진실 너의 마음 나의 마음
불확실 시대의 우리 믿음은
불신서로 믿지 못해 바다의 섬 처럼
홀로 앉은 자리에서 맴맴 돌기만 한다
그 섬들 가슴 속으로 자리 옮겨 앉는
날 손톱 밑 가시처럼 아프게 머리 부딫는 소리
횡경막 문지방까지 기어코 찾아든 파도 소리 더불어
바다처럼 출렁이는 몸둥이 속에서 살았다고
짝짝 갈기 치는 파도소리 요란하다
그 파도에 이리 쓸리고 저리 쏠리는 물풀들
구겨진 지도처럼 이미 길은 없는데
달빛 한 줌 창문 기웃거리는 밤이면
미루나무 잔가지라도 흔들어보려 안간힘이다
산다는 시늉에 시늉을 보태어
살덩이 춤이 것이 살만한 삶이라고
부산떨다가 소리 소문 없이
어둠의 뒷골목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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