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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씨 까는 할아버지 / 동탄 / 임성택

덕 산 2012. 7. 14. 13:02

 

 

 

새로 단장한 옥상 양지바른 곳에다

소쿠리에 말려낸 단 호박씨

가부좌 틀고 손녀랑 마주앉아서 담소

 

아예 세대를 잊어버린 재롱시간

엄지손톱 있는 힘주고 까발린 호박씨

마침내 겉껍질이 뜯겨져냈다

 

알몸 겉은 쑥색잠옷 입은 채로

빼돌림이 잘못돼 부러져버린 반 토막

자연의 댓가 수확물이 신기나하듯

 

이를 지켜보던 귀여운 손녀

입맛 돋았는지 혓바닥 삐죽이 내밀곤

까기도 바쁘게 입속에 넣어달란다

 

거참 지루하고 연신 까기도 힘든데

으께 문 시간 미처 따라잡질 못 한다

 

양은 비록 적었지만

씹힌 미각은 침샘 섞여 꼬스름 했었나

호박씨 잘도 까주고 있던 할아버지

 

손녀의 잘근 졸근 입방아재롱 때문에

아리게 패인엄지손톱 찔려났어도

무리 없이 녹아나버린 오롯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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