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단장한 옥상 양지바른 곳에다
소쿠리에 말려낸 단 호박씨
가부좌 틀고 손녀랑 마주앉아서 담소
아예 세대를 잊어버린 재롱시간
엄지손톱 있는 힘주고 까발린 호박씨
마침내 겉껍질이 뜯겨져냈다
알몸 겉은 쑥색잠옷 입은 채로
빼돌림이 잘못돼 부러져버린 반 토막
자연의 댓가 수확물이 신기나하듯
이를 지켜보던 귀여운 손녀
입맛 돋았는지 혓바닥 삐죽이 내밀곤
까기도 바쁘게 입속에 넣어달란다
거참 지루하고 연신 까기도 힘든데
으께 문 시간 미처 따라잡질 못 한다
양은 비록 적었지만
씹힌 미각은 침샘 섞여 꼬스름 했었나
호박씨 잘도 까주고 있던 할아버지
손녀의 잘근 졸근 입방아재롱 때문에
아리게 패인엄지손톱 찔려났어도
무리 없이 녹아나버린 오롯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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