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시인님 글방

초여름 밤 / 淸草 배창호

덕 산 2014. 7. 29. 15:23







초여름 밤

            - 淸草 배창호 -



한낮의 열기도 어둑살 내리면

깊은 잠속에 잃은 듯 묻혀 

쉰내 찌든 일상을 달랜다

모내기가 한창인

가랑가랑한 초여름의 들녘마다

달빛도 산화한 체 일렁인다 


날이 궂으려나,

쉴 새 없는 개구락지 울음에

드문드문한 별조차

연신 가물 하품 해대고

이미 통념으로 굳어진 시절 인연이

새삼 새로울 것 하나 없는데


길지 않은 회포 나눌 길 없어

섧게도 보채고 있으니

아서라, 아무리 애태운다 한 들

견우와 직녀의 하룻밤 만남도 있는데,

새벽녘 동창이 밝아 오려니

언제 그랬느냔 듯이

시침 뚝 땐 변덕스런 그 마음


한길 속

사람마음 쏙 빼닮았으니

개골!

개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