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밤
- 淸草 배창호 -
한낮의 열기도 어둑살 내리면
깊은 잠속에 잃은 듯 묻혀
쉰내 찌든 일상을 달랜다
모내기가 한창인
가랑가랑한 초여름의 들녘마다
달빛도 산화한 체 일렁인다
날이 궂으려나,
쉴 새 없는 개구락지 울음에
드문드문한 별조차
연신 가물 하품 해대고
이미 통념으로 굳어진 시절 인연이
새삼 새로울 것 하나 없는데
길지 않은 회포 나눌 길 없어
섧게도 보채고 있으니
아서라, 아무리 애태운다 한 들
견우와 직녀의 하룻밤 만남도 있는데,
새벽녘 동창이 밝아 오려니
언제 그랬느냔 듯이
시침 뚝 땐 변덕스런 그 마음
한길 속
사람마음 쏙 빼닮았으니
개골!
개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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