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 권경희
촉촉이 내린 봄비로
동면한 잠에서 깨어나
희열의 솟구침으로
까슬한 솜털을 벗어 하얀 목덜미를 내민다
따사로운 햇살에
마른 가지마다 화사하게 꽃등을 달고
걸음걸음 청빈한 백로처럼
고고한 자태는 눈이 부시다
속살거리는 아지랑이에
자꾸만 부풀어지는 짙은 그리움에
닿지 못하는 애증의 날들
이내 하얀 날개를 접는다
가슴이 뜨거울 때
떠날 때를 아는 분분한 낙하는
그립다는 말보다
더 절절한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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