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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 이길옥

덕 산 2025. 2. 24. 06:35

 

 

 

 

 

추위  / 이길옥

​추위를 툭툭 차 본다.
반응이 없다.
추위란 놈의 본성을 건드린 발끝만 얼얼하다.

추위를 툴툴 털어본다.
털수록 추위의 흡반이 집요하게 달라붙는다.
온몸이 오싹하다.

가난에 강한 추위가
달동네 골목을 휘어잡더니
구멍 숭숭 뚫린 창문을 염탐하다가
홀로 사는 노인의 차가운 등허리 주름진 비탈을 노린다.
끝에 살기가 돈다.

추위 주변에는 언제나 냉기가 서식한다.
움츠린 허기가 냉동되고 있다.
따끈하게 데워진 소식은 영영 없는 것일까.

추위를 툭툭 건드려 본다.
얼어 있다.
손끝이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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