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글

생각을 너무 신뢰하지 말라 / 법상스님

덕 산 2024. 12. 6. 08:54

 

 

 

 

 

생각을 너무 신뢰하지 말라

 

화가 날 때, 살펴보면 화가 날 법한 상황이 생기면 반사적으로 욱 하고 올라오듯이

생각도 마찬가지로 온갖 상황이나 조건이 생기면 무조건으로 기억 속

흔적들을 끄집어내 연관된 것들을 막 의식의 표면으로 쏘아 올린다.

 

꿈처럼 아무런 질서도 없이 언뜻 비슷한 기억들을 죄다 끄집어내고 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생각의 속성이다.

이처럼 생각은 과거의 기억을 먹고 산다.

 

그런데 이때 우리가 알아야 할 아주 중요한 사실은 그렇게 과거의 생각들이

솟구치는 순간 우리는 `지금 여기`라는 충만한 자리를 놓치고 만다는 사실이다.

생각은 늘 그런 방법으로 우리 내면의 본연의 평화와 고요를 밀어내곤 한다.

 

한번 그 늪에 빠져 버리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쏟아지는 생각의 의미 없는 혼돈 속에서

허우적대느라 현존(現存)에서 오는 충만한 삶의 에너지는 그 기운을 잃고 만다. 

 

생각을 너무 신뢰하지 말라.

너무 생각이나 판단에 의존하려 하지 말라.

과거의 기억들로 오늘을 판단하거나 과거의 색안경으로 지금 이 순간을 평가하지 말라.

무심(無心)의 순간을 조금씩 느려 나가보라.

  

생각이 놓아지는 순간 우리 마음은 짧은 평화를 경험한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생각이 힘을 잃고 대신

그 자리에 무심과 관조(觀照)가 빛을 비출때 우리의 의식은

비로소 깨어나기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바로 그때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나 기존의 관습을 넘어서는 번뜩이는 창의,

그리고 기억과 사고 너머의 깊은 존재의 심연 속에서 지혜의 가르침들이

직관적이고 창조적인 영감의 방식으로 드러나기도 하는 것이다.

 

그 모든 것은 생각과 기억이라는 과거의 잔재,

또 계획과 바람과 욕망이라는 미래의 잔재가 모두

사라진 `지금 이 순간`이라는 현존의 순간에 깃드는 것이다.

 

-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