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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 / 토마스 스턴스 엘리엇

덕 산 2024. 4. 12. 12:28

 

 

 

 

 

황무지 / 토마스 스턴스 엘리엇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지요 .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뿌리로 약간의 목숨을 남겨 주었습니다 .


여름은 우릴 놀라게 했어요 .
슈타른베르크 호(독일에 있는 호수) 너머로 와서
소나기를 뿌리고는 , 우리는 주랑에 머물렀다가
햇빛이 나자 호프가르텐 공원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한 시간 동안 얘기했어요 .
저는 러시아인이 아닙니다.

출생은 리투아니아인 진짜 독일인입니다 .


어려서 사촌 대공의 집에 머물렀을 때
썰매를 태워 줬는데 겁이 났어요 .
그는 말했죠 , 마리 , 마리 꼭 잡아 .
그리곤 쏜살같이 내려갔지요 .
산에 오면 자유로운 느낌이 드는군요.

밤에는 대개 책을 읽고 겨울엔 남쪽에 갑나다 .


이 움켜잡는 뿌리는 무었이며 ,
이 자갈더미에서 무슨 가지가 자라 나오는가 ?
사람의 아들아 , 너는 말하기는 커녕 짐작도 못하리라
네가 아는 것은 파괴된 우상더미뿐
그 곳엔 해가 쪼아대고 죽은 나무에는 쉼터도 없고
귀뚜라미도 위안을 주지 않고
메마른 돌엔 물소리도 없느니라 .


단지 이 붉은 바위 아래 그늘이 있을 뿐 .
(이 붉은 바위 그늘로 들어오너라)
그러면 너에게 아침 네 뒤를 따르는 그림자나
저녁에 너를 맞으러 일어서는 네 그림자와는 다른
그 무엇을 보여 주리라 .
한줌의 먼지 속에서 공포를 보여 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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