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어떤 소포 그리고 차카게 살자

덕 산 2024. 3. 9. 09:21

 

 

 

 

 

어떤 소포 그리고 차카게 살자 

 

오병규 2024-03-05 15:05:59

 

지난 주 동해로 짧지만 겨울 여행을 다녀온 것을 페친 여러분께서 아신다 . 크게 즐거운 여행은 아니지만 그래도 흔한 동해의 회도 먹고 , 킹크랩 , 난생 처음 최고급 참치회도 즐겼으니 썩 나쁜 여행은 아니었다 .

 

<사진 >

나는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열 일 재치고 저렇게 나름 침대와 이불을 각 세운다. 군대 다녀온 지 반백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군기가 남아 있는지 , 꼭 저렇게 해야 하루일과가 편하다 .

 

<사진 >

오늘의 썰제가 된 소포꾸러미다. 점심 때 착불로 택배를 받았다 .

 

여행을 마치고 호텔방에서 출발하려던 때 마누라는 갑자기 침대(우리는 늘 어딜 가던 각방 쓰듯 트윈을 이용한다 )정리를 한다 . 기억으로 이전엔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 마치 내가 내 침대를 정리하듯 하는 것이었다 . “별일이네 . 하우스키퍼 알아서 할 일을 .....”말을 끊었다 . 그런데 마누라 의외의 대답을 한다 “현 x(아들 이름 )이 생각하면 안 할 수가 없네요 .”란다 . 그 말에 퍼뜩 더 이상 시비 (?)를 못 걸겠다 .

 

아들과 며느리는 제주도에서‘풀 팬션 ’두 곳을 운영한다 . 물론 사람을 두고 하지만 가끔 영업장소를 고용한 ‘하우스키퍼 ’들 보다 먼저 영업장소를 돌아보는 경우가 있단다 . 그런데 방문해 보면 체크아웃 한 손님들 부류를 머물다 간 뒤 자리를 보면 대충 짐작을 한단다 .

 

교양이 있거나 연세가 조금 지긋한 분들은 어디가 달라도 다른 모습이 보이고 젊은 사람들만 다녀 간 자리는....그런 얘기를 몇 차례 들었다 . 심지어 중국인들이 묵고 간 자리는 그야말로 목불인견이라 지금은 아예 중국인은 팬션이 비는 한이 있어도 절대사절이란다 .

 

아무튼 그렇게 나름 침대와 묵은 방을 정리하고 그날 체크아웃을 하고 집으로 돌아 왔던 것이다. 그리고 평소대로 일상으로 돌아왔다 .

 

그리고 3.1절이었나 보다 . 어디선가 전화가 온다 . 받아 보니 의외로 동해 바닷가에 머물었던 호텔프런트의 직원이다 . 그리고 내 인적 사항을 묻고 확인을 한 뒤 , 담당이 청소를 하는 과정에 옷장에 바지 하나를 발견 했다는 것이었다 .

 

맞다. 맞아 . 비록 정장은 아니지만 캐쥬얼 상의와 바지를 꽤 비싸게 구입한 옷이다 . 그날 갈 때 그 바지를 입고 갔다가 호텔방의 옷장에 곱게 걸어두고 일상복 바지를 갈아입고 돌아 다녔고 역시 돌아올 때 옷장은 열어보지도 않고 그 바지를 걸어둔 채 귀가를 했던 것이다 .

 

“아이고 ~! 이걸 어쩌나 ? 그것 때문에 동해를 다시 갈 수도 ...”, “아닙니다 . 착불을 원하시면 바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 그리고 가실 때 방 정리를 다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란다 . 오는 말도 고왔으니 가는 말도 고왔지만 서로 낯간지럽거나 부끄러운 행동을 않고 착하게 행동을 한 탓이리라 . “보내주시면 대단히 고맙겠습니다 .”라는 인사를 끝으로 ,,,

 

그리고 또 까맣게 잊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나른함을 못 이기고 거실 소파에 누워 오수를 즐기는데 어디서 타닥타닥 콩 볶는 소리가 들린다 . 게슴츠레 눈을 떠보니 집배원 아저씨 거실 창을 두드린다.

 

그리고 인수한 게 바로 위의 소포꾸러미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 마누라가 아들 며느리 생각해서 정리한 잠자리에 호텔 직원들이 감동 했을까 ? 아니겠지 ...어차피 침구들은 다른 손님을 위해 개비해야 하는 건데 , 다만 그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다. 차카게 살자 . 적선지가 필유여경 (積善之家 必有餘慶 )이라고 하지 않던가.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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