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월 / 이정림
바람에
낙엽이 흩어지고 또 날린다.
찌푸린 하늘은 할미꽃
떨어져 날리는 잎사귀마냥 모두들 바쁘다.
푸시시한 얼굴에 초겨울 그림자가 스치고
쪼달림의 모습 모습이다.
잘 익은 밤나무
밤톨 한 알 없이 다 털리고
주황색 감나무에
달랑 까치밥 한 알뿐이다.
뿌연 하늘이 멍하니 내려 보이는 빈 벌판
허허로운 허수아비
심장도 멈추었다.
소용없는 바람만이 차가워서 흐느끼고
코스모스와 들국화도 흑흑 따라서 운다.
멀거니 할미꽃도 운다.
모두들 앙상하게 남아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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