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글

세 치의 혓바닥 / 법정스님

덕 산 2023. 10. 19. 14:29

 

 

 

 

 

세 치의 혓바닥

 

내가 두 귀로 들은 이야기라 해서 다 말할 것이 못되고

내가 두 눈으로 본 일이라 해서 다 말할 것 또한 못된다.

 

들은 것을 들었다고 다 말해버리면

자신을 거칠게 만들고 나아가서는 긍지에 빠지게 한다.

 

현명한 사람은 남의 욕설이나 비평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며

또 남의 단점을 보려고도 않으며

남의 잘못을 말하지도 않는다.

 

모든 화는 입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입을 잘 지키라고 했다.

 

맹렬한 불길이 집을 다 태워버리듯이

입을 조심하지 않으면 입이 불길이 되어 내 몸을 태우고 만다.

입은 몸을 치는 도끼요 몸을 찌르는 칼날이다.

내 마음을 잘 다스려 마음의 문인 입을 잘 다스려야 한다.

입을 잘 다스림으로써 자연 마음이 다스려진다.

 

앵무새가 아무리 말을 잘한다 하더라도

자기 소리는 한마디도 할 줄 모른다.

 

사람도 아무리 훌륭한 말을 잘한다 하더라도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예의를 못했다면

앵무새와 그 무엇이 다르리오!

 

세 치의 혓바닥이 여섯 자의 몸을

살리고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 법정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