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의 눈물 / 이도연
태풍이라 소스라쳐
세상 모든 것 바람에 가두고
거친 숨 몰아쉬며 밀고 당겨 달려간다
태풍이 몰고 온 잔해가 소용돌이치며 흩어지다
먹의 장막 서러움이 꾸역꾸역 밀려
하염없이 꾸준히도 어둠의 자식을 키우는구나
비다, 바람이다, 서 룬 설음 눈물 삼키듯
어머니 아픈 상처 소리 없이 흐느끼며
한없이도 울어 운다
누룩곰팡이 서리서리 움트는 장마라네
어느 하늘, 옥탑방에서 우당탕 소리치며
심술을 부리는 철없는 아이처럼
울 누이 복사 골 첫사랑에 넘어져
마음 깊이 패인 상처가 아파서
슬피 우는 것인지
병들어 신음하는 세상을 질타하며
참으로 끈질기게 검은 땅에 멍이 들도록
눈물을 뿌린다
하늘이여 땅 이여 새날의 안녕을 위하여
농익어가는 가을을 경배하시어
당신의 바람과 눈물을 기필코 거두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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